"내가 정말…대통령까지 낚은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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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7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강남지역 학생이 서울대의 60%"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대는"2005년 신입생을 기준으로 강남출신의 학생은 12.2%"라며 이를 부인했다. 서울대의 발표대로라면 노 대통령이 언급한 60%는 전체 서울지역 학생 비율까지 상회하는 것으로 사실과 크게 동떨어진 수치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왜 이런 수치를 제시한 것일까.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8일"노 대통령의 언급은 2004년도 서울대 재외국민특별전형 합격자 53명 중 강남지역 학생이 33명으로 60% 이상을 차지한 사례를 염두에 두고 거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사이에도 논란이 분분하다. 특히 8일에는 자신이 인터넷에서 쓴 글을 대통령이 그대로 언급한 것 같다는 한 네티즌의 이색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피리풀'이란 ID의 이 네티즌은 지난 2일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교육 관련 기사에 "서울대 신입생중에 60%이상이 강남권 출신이라는 사실은 강남 살면 머리도 좋다는 뜻이냐?"는 내용으로 댓글을 달았다. 물론 근거 없는 주장이다.


네티즌이 올린 캡쳐화면

이 네티즌은 대통령 발언이 나온 뒤인 8일 한 인터넷 매체에 "믿거나 말거나지만 수치 하나 안틀리고 정확히 60%라고 하신 것이 왠지 대통령을'낚은'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는 글을 당시 캡춰 화면과 함께 올렸다. 이같은 주장에 일부 네티즌은"낚으셨네. 장하십니다"라며 격려(?)까지 보내고 있다.

'낚는다'는 신종 인터넷 언어로 일부러 선정적이거나 엉뚱한 제목 등을 달아 네티즌들의 관심과 클릭을 유발하는 행위를 뜻한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이같은'낚시 놀이'가 성행하면서 최근에는 네티즌이 만든 가짜 글에 언론매체까지 속아 그대로 보도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이외에도 왜 그런 수치가 나왔을까를 두고 네티즌은 갖가지 추측을 내놓고 있다."대통령은 아마 강남 학생 입학률 증가치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해석부터"대통령이 말한 강남은 한강 이남의 제주까지 포괄하는 개념이었을 것"이라는 우스개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에는 상당수 네티즌들이 부정적이다. 정말 대통령이 서울대의 재외국민 특별전형이라는'특별한'통계까지 기억해 제시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솔직히 대통령이라도 실수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청와대가 재외국민 어쩌고 하는 수치로 그걸 얼버무리려 하는 행동이 더 한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특정지역으로의 기회편중'라는 대통령의 문제제기 만큼은 의미가 있다고 지적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한 네티즌은 "강남 3개구에서 12.2%라도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며 "대통령의 말실수도 문제지만 교육불균등 현상을 심각하게 보지 못하는 일부 시각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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