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자유당과 내각 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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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 대통령은 개헌안이 부결된 직후 또하나의 극비문서를 내려 보냈다. 「비」라는 표지가 붙은 문서는 민중에 의한 개헌관철을 촉구하고 있다.

<또 극비문서 내려>
『자유당 조직이 적극 진행되어 유권자의 전체는 다 못 되더라도 적어도 3분의 2이상은 묶어놓아야 될 것이니 이것이 제일 긴급한 것이며 소수 단체에서는 소위 지식계급이라는 인물로 구성한 것이므로 각처에 그분들의 세력이 부지중 다수를 좌우하는 역량이 있으므로 대다수를 우리가 가져야 상당한 대립의 지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므로 당원을 전유권자 총수의 3분의 2이상을 얻는 것이 급선무의 보조일 것이며 이번에 국회를 꺾어서 사심사욕으로 용권하려는 폐습을 아주 막아놓아야 할 것이니 민중이 이번 개헌문제를 번안시켜서 우리의 의도대로 되어야만 될 것이므로 이번에 이것으로 싸워서 교심하자는 것이니 지금 자유당이 이것을 할 수 있으면 좋고 그렇게 하기 어려우면 내가 글을 계속 발표하여 싸우려 하니 내가 보내는 글을 아직 내지 않고도 될 수 있거든 그대로 하되 그렇지 못하거든 내게 알리면 글을 써줄 것이니 자세히 살펴서 내게 물어가며 하오. 지금 우리가 소리치고 나설 것은 국회의 부패실정이니 이것을 민중이 다 알고 아주 숙청해서 국회를 참 국회답게 만들어야 하겠다는 주의를 두려워말고 공개로 전 민족에게 알려서 이 법안을 번안시키도록 극력하오.』 「만」이라는 대통령의 사인이 곁들여진 이 문서는 수신고가 밝혀져 있지 않다. 아마도 비서실에서 수신자 명단은 별도의 메모를 사용하는 조심성을 보인 것 같다. 이 문서는 국회의원소환운동의 신호가 무엇이었던지를 알려준다.
아무튼 개헌안이 부결되고 며칠 지난 l월 하순 거리엔 벽보가 나붙기 시작했다. 애국단체연합회 이름으로 된 벽보는 대통령직선제는 민중의 권리며 전 국민의 의사라면서 국민의 뜻을 그릇되게 대변한 국회의원은 소환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은 처음엔 이 벽보를 대수롭잖게 보았다. 그런데 벽보는 임시 의사당이 있는 경남도청 입구의 거리를 점점 채워나갔다.
2월 9일 이 박사는 8개지구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평온리에 끝난데 대해 감사하다는 담화를 내면서『이번에 선정한 당선자에 대해서도 민중은 선출해 보낸 것으로 그치지 말고 부단한 감시가 있어야 하고…부득이할 때는 소환이라도 해서 나라에 위험한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때를 맞춰 일부지역에서는 출신지역 국회의원 소환에 의한 유지간담회가 열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때서야 국회는 벽보사건을 정치 문제화했다. 도대체 정체도 알 수 없는 불법적인 벽보가 나붙기 시작한지 2주일이 넘어도 정부에선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 이박사의 담화, 이런 것을 미뤄 심상치 않은 사태를 깨달은 것이다.
이박사의 국회의원소환론은 개헌안이 부결되자 그 대응책으로 창안된 것이 아니다. 이박사는 2대국회의원선거때 국민의 올바른 투표를 당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불충분자들이 선발되어 반동공작으로 국가를 해롭게 하거나 정부사업을 진전되지 못하게 할 때는 투표자들이 정확한 계획과 순서를 만들어 그 사람의 대표권을 삭제하고 다시 투표하여 개선하는 권리를 마땅히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정체불명의 벽보>
이박사의 국회의원소환운동은 민중의 뜻과 정파불신에 그 정당성을 두고 있었다. 그의 정당관은 민국당과의 논쟁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박사는 민국당을 소수의 이익집단이라고 규정하면서 자유당은 민주국가의 영구한 토대로서 정권이 민중의 손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민국당은 중앙상무위원회 결의로 이박사의 담화를 반박했다.
『자유당에 관한 대통령담화를 공보실을 통해 발표한 것은 행정수반으로서 권력을 남용하고 정치도의를 무시한 것이다. 이박사는 환국후 정당을 붕당시켰고 각료등용에서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물만을 선택했다. 한민당 출신각료들에게는 소속정당과 소원해지도록 도모했다. 민국당은 소수특권계급의 정당이 아니다. 자유당이 일민주의를 정강으로 막연하게 노동자 농민을 옹호한다는 것은 자아독선이다』는 것이 민국당 성명이었다.
이박사는 즉각 장문의 성명으로 민국당측 공격에 하나하나 답변했다.
▲정당의 일을 공개해 민중의 공리를 얻는 것이 민주원칙이므로 서로 비난의논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이 기회에 비밀운동으로 서로 중상을 꾀해 민중이 알지 못하는 속에서 투쟁하는 습관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나의 담화를 공보처를 통해 발표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은 공정한 비판이다.

<민국당, 반박성명>
▲나는 민국당이 소수특권계급의 정당인 것을 증명했다. 민국당은 권력가들만이 그 당원이 되어있고 선거운동에 돈을 많이 쓰는 이가 그 당원이고 각 방면으로 운동하여 모든 생산기관을 차지하는 이가 당원인 것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민국을 공업화 시켜야 부국을 이룰터인데 국가산업을 정당이 주관하게 되면 산업은 발전치 못하고 정당은 부패해질터이니 나는 이것을 반대한다.
▲내가 환국후 민국당에 노농대중을 포섭하라고 권고한 일이 없다는 민국당의 주장은 인정한다. 이런뜻을 민국당에 공개로 제의한 일은 없었고 민국당의 중요 몇분에게 누차 설명한 것이므로 나의 의도를 옳게 알고 채용했으면 나는 그 좋은 친구들과 갈라지는 일이 없었을 것인데 그분들 대답이 노농대중을 많이 포섭해 나가는 정당인데 반대자들이 중상하는 말이니 믿지 말라고 하였으나 실지로는 그러하지 아니했으므로 다른 정견을 찾게된 것이다.
▲내가 각료 등용때에 당대표와 협의 안한 것은 사실이다. 내가 국민회나 민족통일총본부를 조직할 때 한민당과 한독당의 대표인물로 간부를 조직했으나 분파행동으로 단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각료 등용때 각 정당의 대표적 인물을 택해 국무원에 참가시키고 소속정당이나 붕당성을 초월해 합동하도록 주장했고 이같이 통일해 나감으로써 이것이 정당의 대의가 되기를 바랐다. 어떤분은 이 의도를 옳게 여겨 협력하고 있으며 어떤분은 표면으로는 그러하였으나 내심
▲자유당은 노동자농민을 토대로 조직하고 이 조직자체가 투표권을 정당하게 사용하면 지금 재력과 세력으로 정권을 조종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의도를 고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민국당도 목표를 넓혀 민중의 지지를 구해 민국당과 자유당이 경쟁전진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으로는 정파에 치우쳐 정부의 일을 어렵게 만들고 나의 목표를 성공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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