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님들 "도전, 사찰 경영 MB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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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 절에 현대적인 경영기법이 도입될 전망이다. 중국 신화 통신은 7일 상하이에 있는 100년 전통의 선종(禪宗) 사찰 옥불사(玉佛寺) 승려 18명이 경영과 상품 판촉 등을 가르치는 '불교 사찰 경영학 석사(MBA)' 과정에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 자오퉁(交通)대학이 개설한 이 과정은 사찰 경영과 종교 상품 판촉, 회계와 경제학, 기업 전략 등을 가르친다.

옥불사의 한 관계자는 "속세가 어떤 방식으로 경영되고 있는지를 배우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상하이 시내에서 가까운 옥불사는 희귀한 '옥불'이 모셔져 있어 불자 등 중국의 많은 사람으로 항상 붐비는 절이다. 중국에선 옥불사처럼 참선과 경영 모두에 힘을 쏟는 절을 가리켜 '선상(禪商) 일치 사찰'이라고 부른다.

중국 사찰의 주요 수입원은 향전(香錢)이다. 인민일보의 인터넷 신문인 인민망(人民網)에 따르면 후난(湖南)성 헝산(衡山)의 한 사찰에서 새해 첫 아침에 가장 먼저 올리는 향전의 가격은 무려 10만 위안(약 1300만원)에 달한다.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낼 가격이지만 현지의 일부 부패 관리들은 첫 향을 올리기 위해 줄을 선다고 인민망은 전했다.

허난(河南)성 소림사(少林寺)의 상업화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찰 주변에 늘어선 83개의 무술학교는 공개적인 상업 장소가 돼 버렸다. 4만 명이나 되는 학생들로 늘 북적여 "소림사는 이미 돈 버는 기계로 변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저장(浙江)성 성도인 항저우(杭州)시에 있는 한 사찰은 최근 고층탑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해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다 비난을 사기도 했다. 도교 사찰과 유교 사적지도 마찬가지다.

6월에는 지린(吉林)성의 공자 위패를 모신 한 문묘(文廟) 관리소가 수험생들을 위해 아침 첫 향 가격을 9999위안(약 130만원)으로 고시했다가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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