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朴 회담 선거구제 개편 등 사사건건 엇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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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7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30분부터 회담을 열었으나 현안마다 의견을 달리해 합의문을 발표하지 못했다. 예상대로 대연정 등 정국현안을 둘러싼 양자간 인식의 깊은 간극만을 확인한 채 사실상 결렬됐다.

최소한 민생.경제 분야 및 정기국회에서의 협조 등을 토대로한 합의문이라도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허물어졌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의 연장선상에서 한나라당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민생경제 초당내각' 구성을 제의했지만, 박 대표는 "노선이 같지 않아 함께 일할 수 없다"며 연정 제안을 거둬 달라고 단호히 거부했다.

박 대표가 지역구도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빨라야 10년이나 20년은 걸릴 것"이라며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으로 가자고 했고, 노 대통령이 "국가가 분열요인 위에서 발전할 수 없다"고 하자 박 대표는 "지역감정이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며 연정론의 근본 바탕인 지역주의에 대해서도 인식차를 분명히 드러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기조는 뚜렷했다. 미리 준비한 '자기 할말만 하기'였던 셈이다. '노-박 회담'이 가시적인 합의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향후 정국은 격랑 속으로 접어들게 됐다.

노 대통령은 이미 누차 밝혀왔듯이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에 매진할 것이고, 연말로 시효를 설정해놓은 연정 제안도 당분간 유효할 듯 싶다. 한나라당은 "싫다는데 왜 이러느냐"며 대여 공세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이에 따라 정국 경색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정치개혁특위를 본격 가동해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나선 상태고, 한나라당은 헌법수호특위로 맞받아 노 대통령의 대연정론 등을 위헌 발언으로 규정, 헌법소원을 준비키로 하는 등 각자 '마이 웨이'로 들어서는 형국이다.

가깝게는 10.26 재.보선, 멀리는 내년 5월 지방선거를 놓고 양측의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한 기와 수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 질 수 밖에 없게 됐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이 끝난 뒤 "합의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변인 발표 내용을 봐야하겠지만 합의문이 없다고 해서 회담 결렬 등으로 성과가 없는 회담으로 예단해서는 안될 것"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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