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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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학은 자기시대 삶의 덩어리를 붙잡아 거기서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말해야합니다. 그런데 우리문학을볼때 좀 편하게 도피심리를 가지고 문학을 하고있는 느낌을 가질때가 생깁니다. 문학을 하는 분위기는 누구가 선심쓰듯이 주는것이 아니고 찾아내야합니다.』
독립문이 내려다보이는 3층건물의 구석진 조그만 사무실에서 만난 박태순씨는 요즘들어 몸이 말랐는지 더 껑충해 보인다. 두터운 안경속의 눈이 빛난다.
『식민문학·서구문학에의 경도등으로, 또 70년대에 들어와 경제일변도의 시대에 상업성까지 띠게 되어서 우리문학이 어딘가 건강치 않다고 보이게 되었는데 지금부터라도 어려운 시대의 짐을 지겠다는 방향감각·의식을 가져야하지않을까 생각되는군요.』
박씨는 그러면서 스스로가 이러한 문제에 투철해져야할 사람중의 하나라고 말하며 웃는
다.
70년 데뷔때에는 한해 10∼15편씩 소설을 써냈던 박씨는 75년이후 작품활동이 뜸해졌다.
소설에 전념하여 장편소설을쓰고 싶은데 잘되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한다.
박씨는 요사이 번역을 많이하는 편이다. 특히 제3세계문학에 대해 관심을 두고있다.
아메리컨니그로·중동·아시아등의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들의 역사적상황, 문제의식이 우리와 비슷합니다. 그들의작품을 통해 우리문학의 길을알수 있게되기도 합니다.』
번역작업을 하면서 박씨는 지난해 「마당」지에 연재했던 국토기행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우리국토의 여러곳을 다녀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읍니다. 우선은 우리의 농촌이무너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읍니다. 농촌이 무너진다는것은 전통이 무너지는 것을 뜻하지요. 또 우리의 삶터인 국토가 경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대책없이 무모하게 망가뜨려진것을 보면 가슴아파집니다.』
우리의 땅에 대한 사랑, 그속에 살아가는 민중에 대한 사랑에 근거한 문학을 해야겠다는 의욕과 그로인하여 생기는 고뇌속에 박씨가 일하고 있음을 느끼게된다. 박씨는 그속에서 작품을 쓰고 있는데 『좀더쉽게 쓰기위하여 손목이 풀려야 할텐데…』하고 있다.<임재걸기자>@@임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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