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두방에 '와르르' … 한국, 일본에 져 준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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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교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윤여국 청소년야구대표팀 감독은 이 야구의 정석을 평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 한국이 4-2로 앞선 9회 말 일본의 공격. 9회 1사까지 호투하던 한국 에이스 한기주(동성고.사진(右))가 안타를 맞았다. 윤 감독은 작전타임을 걸고 마운드로 걸어 나갔다. 이때까지 126개의 공을 던진 한기주는 피로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윤 감독은 소방수를 투입하지 않고 벤치로 돌아왔다. 일본의 6번 대타 마사키 슈헤이는 기다렸다는 듯 한기주의 바깥쪽 공을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사기가 오른 일본은 연장 10회 말 9번 고지마 히로키가 구원투수 김광현(안산공고)으로부터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굿바이 결승 솔로홈런을 뿜어내 5-4 역전극을 펼쳤다.

2회 연속 우승의 문턱에서 홈런 2방으로 무너진 한국은 준우승에 그쳤고, 일본은 1998년 이후 7년 만에 패권을 탈환했다.

일본의 좌완 에이스 쓰지우치 다카노부(사진(左))는 10이닝 동안 173개의 공을 던지는 괴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따냈다. 최고 시속 155㎞의 광속구를 구사한 쓰지우치는 세 경기에서 432개 공을 던지며 이 대회에서 일본이 거둔 4승 중 3승을 혼자 따냈다. "쓰지우치는 연투할수록 잘 던진다"던 사코다 요시아키 일본 감독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야구 전문가들은 "좌완투수가 던지는 150㎞대의 빠른 공은 프로선수들도 배트에 정확히 맞히기 어렵다"고 한다. 쓰지우치의 공이 그랬다. 한국은 1회 초 제구력을 찾지 못한 쓰지우치에게 안타 두 개와 볼넷 두 개를 묶어 2점을 선제했다. 그러나 한국은 1회와 5회에 한 점씩 내줘 2-2로 시소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8회 초 2사 3루에서 4번 강정호(광주일고)의 2루 앞 내야안타로 한 점, 9회 초 손용석(부산고)의 2루타와 이재원(인천고)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아 4-2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투수 기용에 문제를 드러내며 분패했다.

인천=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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