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의 세계를 조형적으로 구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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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세기의 가장 색다른 화가」로 세계화단의 주목을 끌고있는 「살바도르·달리」의 판화전이 15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된다.
「파블로·피카소」 「콴·미르」등과 함께 스페인이 낳은 현대회화의 3거장으로 꼽히는 「달리」의 이번 한국전은 현재 활동중인 유명대가의 작품을 접하는 귀한 기회일 뿐 아니라 스페인과 한국간의 본격적인 미술교류시대로 개막하는 전시회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달리전을 계기로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알아본다.
「살바도르·도메니크·필리페·하신토·달리」라는 긴 이름을 가진 그는 1904년 에스파니아의 동북부에 있는 작은 도시 피게라스에서 공증인인 「돈·살바도르·이·쿠시」의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일찍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인 그는 마드리드 미술학교에 입학, 본격적인 미술수업의 기회를 가졌으나 반정부활동으로 옥고를 치르다가 끝내 퇴학을 당하고 말았다.
21세때 바르셀로나의 다르마우화랑에서 가진 첫개인전에서 유망한 신인으로 부상한 그는 28년 카네기 국제전에 첫출품, 세계무대로의 진출을 시작했다.
29년 전위적인 쉬르레알리슴의 영화인 『안달루시아의 개』를 제작해 영화계에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던 그는 그해에 가진 파리에서의 첫 개인전이 성공하며 탄탄대로를 걸어 37세가 된 41년에는 뉴욕 근대미술관에서 첫 대회고전을 가지는 등 그 작가적 위치를 굳혔다.
그의 작품세계의 특징은 「파라느이아크·크리티크」라 불리는 편집광적·비판적방법이다.
구체적 비논리성이 지배하는 정신착란의 세계를 조형적 수단에 의해 구체화시킨 이 방법은 새로운 환각적 표현의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크게 평가받고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통용되는 축 늘어진 시계같은 것은 이러한 환각적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달리」는 초기에는 자연의 사물에서 전혀 엉뚱한 이미지를 발견하여 환상세계로 접목시켰으나 2차대전 이후 원자물리학과 가톨릭시즘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물질의 불연속성을 연결시켜 화면의 소재가 공중에 떠올라 서로 유리되면서 동시에 역동적으로 구성되는 새로운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
『기억의 고집』 『욕망의 수수께끼, 어머니 어머니』 『호머승배』등은 그의 전기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꼽히며 『크러스로프루스·콜름부스의 미대륙발견』 『세개의 스핑크스』등은 그의 후기 작품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이번 한국전에는 석판·목판·동판을 사용하여 70년대에 제작한 작품들이 주로 선을 보이게 되는데 총 출품작수는 40점이다. 출품작 가운데는 유화로 널리 알려진 그의 대표작을 판화로 만든 『기억의 고집』 『보이지 않는 남성』 『고민』 『크리스토포루스·콜룸부스의 미대륙발견』 『수용행위자』등도 들어있어 주목을 끈다.
79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스페인 카아카스와 파리를 왕래하며 작품제작에 전념하고있는 「달리」는 그의 독특한 레알리즘으로 현대미술사의 독보적인 존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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