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 1편에 광고 56개 … 유료방송 시장 무너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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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지상파 방송의 광고 규제를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반면 유료방송은 지상파보다 광고시간만 2% 더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 편향 정책’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매체력을 감안해 20년 동안 각각 달리 적용됐던 규제의 틀이 무너짐으로써 향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광고 제도 개정안’을 공개한다. 핵심은 지상파 광고 총량제 허용이다. 총량제란 방송사 자율로 광고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다. 80분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 프로그램 광고가 지금은 최대 24개지만, 총량제 허용 뒤엔 최대 56개까지 늘어난다. 광고가 두 배 넘게 늘어남에 따라 시청자들의 시청 불편이 예상된다.

 또 현재 스포츠 경기에만 허용된 가상광고가 드라마·예능·교양 프로그램서도 가능해진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프로그램 안에 추가 광고를 넣을 수 있어 새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지상파와 유료방송에 일괄 허용키로 해 지상파 광고 쏠림이 예상된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광고 시간도 거의 비슷해진다. 당초 가상·간접광고의 경우 지상파는 전체 방송시간의 5% 이내, 유료방송은 10% 이내로 완화 예정이었으나 최근 각각 5%, 7%로 수정했다. 광고시간 2% 차이 외에는 사실상 동일 규제다.

 이 때문에 방통위가 시장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금 시간대 지상파 광고는 15초당 1500만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tvN ‘미생’, JTBC ‘비정상회담’은 유료방송이란 이유로 단가가 20~30% 수준인 300만-400만원에 불과하다. 광고단가는 큰 차이가 나는데 동일 규제를 받으면 유료방송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지상파 측은 광고 수익 악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줄어든 광고 수익 이상으로 부대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광고는 2010~2013년 880억원 감소했으나 이 기간 프로그램 판매 매출은 1100억원 늘었다. 지상파는 유료방송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193개 유료방송채널 (PP·지상파 계열 제외)이 지역 케이블방송사(SO), IPTV에 콘텐트를 제공해 올린 수익은 5647억원이다. 그러나 지상파 3사의 재송신료와 이들의 계열사 PP(17개 채널)의 수신료 수익 총액은 2092억원에 달했다.

봉지욱 기자

◆광고총량제=1일 총 광고시간 240분 내에서 시간당 광고시간을 방송사가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식. 황금시간대에 광고를 집중 편성하고, 시청률이 낮은 새벽 시간대에 광고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지상파에는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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