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진 '녹색 테이블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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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단식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동메달을 차지한 최현진이 리칭과의 준결승에서 서브를 넣기 위해 공을 노려보고 있다. [제주 로이터=연합뉴스]

KRA컵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남녀 단식 경기가 열린 2일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는 썰렁한 분위기였다. 메달을 기대했던 유승민(삼성생명)과 오상은(KT&G)이 남자단식 8강전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밀병기' 최현진(농심삼다수)이 탁구협회 관계자의 찌푸린 얼굴을 펴줬다. 세계랭킹 134위에 불과한 최현진은 32강전에서 7위 첸치(중국)를 꺾더니 16강전에서 대만의 창펭룽(25위)을, 8강전에서 홍콩의 롱추안(21위)을 차례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4강전 상대는 홍콩의 리칭(32위). 이면 타법으로 8강전에서 유승민을 4-1로 꺾고 올라온 까다로운 선수였다.

출발은 좋았다. 1세트를 11-6, 2세트를 11-7로 따내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3세트를 7-11로 내주면서 흔들렸다. 4세트에선 9-7로 앞서다가 내리 4점을 내주고 주저앉았다. 결국 2-4로 역전패, 동메달을 목에 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최현진은 "그동안 세 번 맞붙어 모두 졌던 첸치를 32강전에서 꺾은 뒤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준결승 상대 리칭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수였는데 막판에 심리적으로 흔들린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결승에서는 세계 1위 왕리친(중국)이 리칭을 4-1로 꺾고 우승, 이번 대회 3관왕에 오르면서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홍콩 선수끼리 맞붙은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린링이 라슈페이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은 2, 동 3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세계 최강 중국이 7개의 금메달 가운데 4개를 가져갔고, 홍콩이 3개 부문(여자단체전.여자단식.남자복식)에서 우승하는 선전을 펼쳤다.

제주=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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