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물가덕에 적자는 면한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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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한햇동안 가계는 예년에 비해 그런대로 꾸려가기 쉬웠던 한해였던것같다.
11월말 현재 소비자물가상승율은 3·6%인데 반해 제조업 평균임금상승률은 9·9%를 기록, 몇년만에 처음으로 임금상승이 물가를 앞질렀다.
80, 81년엔 임금상승율이 22·7%, 20·1%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는 각각 28·7%, 21·3%나 뛰어 마이너스가계를 꾸려왔었던 점에 비하면 모처럼의 흑자가계를 운영한 셈이다. 월급은 예년처럼 높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한자리 숫자의 물가가 가져다준 혜택이다.
공식통계도 그렇지만, 지난 한햇동안에는 가계가 실제 피부로 느끼는 물가도 예년에 비하면 고개를 수그린게 사실이다. 으례 오르는 걸로만 알았던 물건값이 작년 1년에는 내린것도 많았다.
가계와 물가는 지난 l년 어떤 함수관계를 보였는가. 일상생활과 관련이 깊은 50개 주요생필품의 소비자가격동향을 점검해본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한해 물가안정을 가져다 준 주요여건은 농산물의 작황호조와 수입원자재값의 제자리걸음이었다. 본사가 조사한 주요 50개생필품 가운데서도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가격이 오른 것은 16개품목, 내린 것은 13개품목, 나머지는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는 농산물등 식료품의 가격상승이 공산품에 비해 높았다. 농산품은 가격의 등락이 심한 가운데 오름세인 반면, 일용공산품은 일부품목을 제외하고는 가격이 떨어지거나 보합세를 나타냈다.
값이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보리쌀과 사과등으로 33·3%. 농산물은 수급사정에 따라 그때 그때의 격차가 크지만 보리만큼은 수요급증으로 값이 크게 뛰었다. 건강식품 붐도 한몫을 하고, 농촌보다는 도시에서 오히려 소비가 급증하고있다. 기성학생복은 하락폭이 26·7%로 교복시대를 마감하면서 값이 가장 떨어진 품목. 설탕과 소금도 하락폭이 15·6%와 16·7%를 기록, 비인기식품이 되고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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