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진학비목표 합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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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중생들의 아르바이트에 대해 일부에서는 『15∼16샅밖에 안된 앳된 소녀들이 고되고 위험한 환경속에서 나쁘게 물들지않을까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이고있으나 취업전선에 나선 학생들은 『직업의 귀천을 가릴것없이 내손으로 일해 학비를 조달하고 어려운 가정을 돕는데 보람을 느낀다』며 떳떳한 표정들이다.
서울동대문∼상계동을 운행하는 흥안운수(서울상계동110의8) 소속 10번시내버스에 20일부터 아르바이트 안내양으로 춘천시춘천여중3학년 18명과 유봉여중 18명등 모두 40명이 취업했다.
「학생 아르바이트」라고쓰인 노란완장을 두른 이들 소녀들은 일부는 이미 3∼4일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정식 안내양으로 승차했고 일부는 선배안내양언니들과 동승, 운행구간의 지리익히기와 손님맞는 방법등 안내양 수업받기에 여념이 없다.
내년2월 졸업을 앞둔 이들은 대학생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져왔던 부업전선에 고교진학 자금을 마련하기위해 일터에 나선것이다.
이때문에 정식 안내양보다 친절하고 열성적이다.
이들의 계약기간은 83년 1, 2윌 2개월동안.
한달 20일근무에 2개월동안 30만4천5백26원의 순소득이 보장돼 있다.
이 회사가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고용하게 된것은 이 회사 공동대표이자 상무 조성일씨(35)의 배려와 인력난 때문.
이 회사는 63대의 버스를 보유, 90명안팎의 안내양이 필요하나 현재 인원은 70명으로 많이 부족한 실정.
특히 연말 겨울철이면 안내양들의 이직현상이 두드러져 20∼30%의 이직률로 대부분 운수회사들이 심한 안내양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다.
이회사 상무 조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교진학을 포기한 이들 학생들을 유치하기위해 춘천여중과 유봉여중에 각각 20명씩의 아르바이트학생을 의뢰했다.
처음에는 학교나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순진한 마음에 그늘을 지게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조씨는 지난달 25일이후 8차례나 학교를 방문, 설득끝에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냈다.
이들은 전원 회사기숙사에 합숙, 상오8시부터 하오9시까지 하루 13시간의 강훈련을 받고있다.
5일간의 수습을 끝내고 28일부터 정식승차에 들어간 김은숙양(16·춘천여중)은 『막상 겪고보니 안내양이 이렇게 힘든 직업인줄 몰랐다』면서 『그러나 학비를 마련하고 사회에 봉사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정금순양(15·유봉여중3년)은 남학생들이 「학생아르바이트」라고 쓰인 완장을 보고 『신입생, 신입생』이라며 놀려대 처음에는 부끄럽고 창피해 얼굴을 들수 없었으나 이젠 같은 또래 남학생들의 놀림도 받아넘길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가장 곤혹스러운것은 승객들이 아침 출근길 만원 버스속에서 5천원권이나 l만원짜리 고액권을 내는 경우.
신남순양(16·춘천여중)은 『안내양들에 대한 멸시의 눈보다 떳떳한 직업인으로서의 사회인식이 필요한것 같다』며 일부 승객들의 호통과 욕지거리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봉여중 교감 김창림씨(50)는 『취업·진로지도의 일환으로 학생들을 추천해주었으나 사회의 인식이 별로 좋지않은 안내양으로 어린것들을 내맡긴것 같아 걱정스럽다. 회사측이나 승객들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무 조씨는 『학생들의 대묻지않은 친절한 말씨와 행동이 승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며 『학생들이 진학의 꿈을 이룰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만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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