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메스는 방어전17번 모두 KO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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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각의 정글」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언제나 약육강식의 정의가 실증되어왔다. 50년대 짧은팔의 KO왕 「로키·마르시아노」가 무패로 링을 떠나고 82년은 세기의 마법사 「슈거·레이·레너드」가 전격적인 은퇴를 선언했지만 이것은 복싱l백년사에 거의 기적같이 일어나고있는 결단이다.
김득구의 사망등 충격적인 링의 참변속에서도 세계프로복싱계에는 올해를 마무리하고 있지만 영원한 왕좌를 꿈꾸며 롱런 해온 트리오가 있다. 이들의 롱런가도가 내년에 어떻게 마무리될지 주목되고 있기도하다.
WBA·WBC의 각각 15개체급중 「윌프레도·고메스」(WBC슈퍼밴텀급), 「에우세비오·페드로사」(WBA페더급), 「래리·홈즈」(WBC헤비급)등 챔피언트리오는 모도 10차이상의 타이틀방어를 성공하며 새로운 신화를 창조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 트리오는 과연 어떤 복서인가.
◇「윌프레도·고메스」
「고메스」는 WBC 슈퍼밴텀급 타이틀을 17차례나 방어하는동안 이를 모두 경이의 KO로 장식, 연속 KO방어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하드펀처다. 이제까지 최다연속 KO방어기록은 「로베르토·두란」(전WBC라이트급·파나마)의 10회이며 「헨리·암스트롱」(웰터급·미국)과 「카를로스·사라테」(WBC 밴텀급·멕시코)가 8회를 기록했다.
또 헤비급의 전실적 챔피언「조·루이스」도 25차의 방어중 연속KO승은 7회에 지나지 않는다.
「고메스」는 지난3일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WBC밴텀급챔피언인 「루페·핀로르」(멕시코)의 도전을 받아 14회TKO로 제압, 기록적인 타이틀 17차방어를 성공했다. 이 기록은 프로복싱 1백년사상 헤비급의 「조·루이스」(25차방어), 웰터급의 「헨리·암스트롱」(19차방어)에 이어 3위에 해당된다.
콧수염을 기르고 날카로운 눈매로 마치 굶주린 늑대를 방불케하는 「고메스」는 한국팬들에게도 친숙하다. 그는 지난 77년5월 당시 챔피언이던 한국의 염동균을 푸에르토리코 상환으로 불러들여 1회에 다운당하는 곤욕을 치르며 12회KO승으로 왕좌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불어나는 체중으로 고민. 지난해 8월 한체급위인 「살바도르·산체스」(WBC페더급·멕시코)에게 도전했으나 그만 8회 KO패로 치욕적인 생애의 첫 1패를 기록했다.
이 패배로 KO행진은 32연속KO승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여전히 세계 연속KO승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제까지 「카를로스·사라테」가 보유하고있던 28연속KO승이 최고의 기록이었다.
그는 현재 38승(38KO)1패1무를 마크하고 있는데 1패는 「산체스」에게 당한것이고 1무는 지난 74년11월 데뷔전에서 「하신로·푸엔바스」(파나마)와 6회전을 비긴것이다. 「고메스」는 아마시절에도 강타를 휘두르며 61승3패를 기록하면서 72년 뮌헨올림픽에 출전했으나 메달은 따지못한채 프로에 입문, 한을 풀고있다.
◇「에우세비오·페드로사」
「페드로사」는 지난 10월17일 미국 샬러트시(노드캐롤라이나주)에서 홈링의 도전자 「버나드·테일러」(25)와 힘겹게 무승부를 기록, 15차방어전을 겨우 성공했다.
「페드로사」역시 한국팬들에게 친숙하다. 그는 지난 80년7월20일 서울에서. 김사왕의 도전을 받아 일방적 공략끝에 8회KO승, 9번째 타이틀을 지켰었다.
아웃복서인 「페드로사」는 현재 34승(23KO)3패l무를 마크하고있다. 지난73년 프로데뷔후 초기「알폰소·페래스」(파나마), 「알폰소·사모라」(WBA밴텀급타이를매치·멕시코), 「오스카르·아르날」(베네쉘라)등에게 KO패 했으나 76년이후 무패의 상승가도를 달려오다 이번에 무승부를 기록한것이다. 지난 78년4월 「세실리오·라스트라」(파나마)를 13회KO로 누이고 챔피인벨트를 차지했다.
30세에 가까운 「페드로사」는 이제 전성기가 지난듯 노쇠현상이 역력해졌는데 한체급 아래인 「고메스」의 표적이 되고있다. 또「고메스」와의 한판승부에 앞서 그는 당장 내년2월26일 랭킹1위인 「로키·특리지」(미국)와의 지명 16차방어전이 고비가 되고있다.
◇ 「래리·흠즈」
「무하마드·알리」가 사라진후 인기쇠락의 헤비급챔피언이었으나 지난 6월 「위대한 백인의 희망」으로 불리던 「제리·쿠니」를 13회TKO로 누르면서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11월26일 후스턴에서 벌어진 13차방어전에서 남아연방의 「게리·코에체」(27)에게 겨우 판정승을 거둬 반짝하던 인기가 퇴조되고 말았다.
그는 이 경기후 대전료에 불만을 품고 이제까지 콤비를 이루던 「돈·킹」프러모터와 결별을 선언했다. 「홈즈」는 현재 41슴(30KO)으로 전승가도를 달리고있는데 과연 지난56년「로키·마르시아노」 이후 무패로 링을 떠나는 헤비급챔피언이 될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지난73년 프로에 데뷔, 5년후인78년6월9일 「켄·노턴」을 판정으로 누르고 WBC헤비급타이틀을 획득했다.
「알리」의 스파링파트너였던 「홈즈」는 이후 쾌조를 보이며 지난 80년 10월2일 라스베이가스 시저스팰리스호텔, 특설링에서 벌어진 8차방어전에서 「알리」를 11회 KO로 제압, 「알리」 시대의 막을 내리게 했다. 그는 이듬해 4월 「트레버·버빅」과의 9차방어전은 판정으로 승리했지만 「알리」를 이길때까지 8연속KO로 타이틀을 방어, 역대 헤비급사상 1900년대 「토미·번즈」와 연속KO방어의 타이기록을 마크하게됐다.
「홈즈」 역시 지독한 헝그리복서로 11남매의 가난한 가족속에서 끼니를 걱정할 정도였다. 이같은 그는 「쿠니」와의 대전료1천만달러(약75억원) 짜리 세기의 복싱쇼를 갖는등 주먹 하나로 일약 재벌의 대열에 들어섰다. 「홈즈」는 현재 고향 이스턴에 부인과 두자녀와 함께 50만달러(약4억원)짜리 대저택에서 살고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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