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 연정론 일축 "점입가경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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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中), 강재섭 원내대표(左), 이규택 최고위원이 31일 강원도 홍천 대명콘도에서 열린 의원연찬회 토론에 앞서 사회자의 제안에 따라 옆 사람의 등을 두드려주고 있다. 홍천=김형수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위해 '2선 후퇴, 임기 단축'카드까지 꺼냈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31일 홍천에서 있은 당 연찬회 마무리 발언에서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점입가경이란 말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말 같다"고 일축했다.

박 대표는 "대통령이 정치역정의 마지막을 여기(연정)에 걸겠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국민 고통을 덜어주고 침체에 빠져 있는 경제를 살리는 데 마지막을 걸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정은 헌법에 어긋나고 여당에서도 다수가 부정적이며 국민도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며 "나라의 운명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막중한 자리에 있는 분이 매일 여기에 매달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대통령은 하루도 비울 수 없는 중요한 자리인데 벌써부터 그만두고 정치인생을 정리하겠다는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라며 "노 대통령은 히틀러처럼 자기 주장을 계속 강요해 정치의 중심에 서겠다는 발상부터 끊어야 한다"고 공격했다. 연정론엔 대꾸도 할 필요 없다는 지도부의 이런 방침에 의원들 다수도 찬성하는 편이다.

그러나 무대응 전략을 바꾸자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연정론 자체에 국한하지 말고 개헌 등 보다 큰 차원의 논의를 한나라당이 주도해 나가자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을 내놓을 경우 맞게 될 정치상황마저 나몰라라할 순 없는 것 아니냐는 논리가 깔렸다.

고진화 의원은 "한나라당은 이미 이라크 파병이나 수도 이전 문제에서 열린우리당과 정책연합을 해온 셈"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나 지역주의, 개헌 문제 등을 논의할 정치협상 회의를 여당에 제의하자"고 주장했다.

◆ 수도권과 영남권의 시각차=당내 현안인 혁신안 수용을 놓고 지역별로 의원들 생각이 상당히 달랐다. 대체로 영남권은 조기전당대회를 열어 박근혜 대표의 현 지도부를 바꾸자는 혁신안에 반대했다. 엄호성(부산 사하갑)의원은 "대선 후보자의 당무 참여 박탈은 대권주자를 인공위성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수도권에선 혁신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홍천=김정하.이가영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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