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휘장사업 언론·경찰에도 로비 손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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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의 휘장 사업권을 둘러싸고 관련 업체들이 정.관계 인사는 물론 언론계.경찰을 상대로 거액의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가 드러났다.

또 관련 정치인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나는 등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정.관계 인사들이 CPP코리아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조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徐宇正)는 9일 모 중앙일간지 지방주재 기자였던 朴모씨가 제품 납품이나 총판권을 배정받으려는 업체들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朴씨는 CPP코리아 전 한국지사장 金모(38)씨와 CPP코리아측 일을 돕던 S교회 전 목사 李모(35.구속)씨 등이 1999~2000년 "월드컵 지방총판권을 줄테니 투자하라"고 속여 유모씨 등 2명으로부터 9억여원을 가로채는 과정에 개입해 이 중 1억원 이상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朴씨는 전국 6대 도시의 월드컵 휘장 상품 총판권을 따낸 여러 업체를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연결해줘 이들 업체가 월드컵 깃발이나 배너 등을 납품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1억원대를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朴씨의 예금계좌 추적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朴씨의 계좌에 10억원대의 자금이 입출금된 흔적을 포착, 이 돈의 성격과 사용처를 정밀 추적 중이다. 10억원 가운데 일부는 한 야당 의원에게 흘러간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朴씨가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회사에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도피한 사실을 확인, 朴씨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朴씨 외에 경찰 간부 정모씨도 CPP측에서 목사 李씨를 통해 5천만원을 받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주 소환조사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돌려보냈던 정씨를 곧 다시 불러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정씨는 지방에 근무하던 2000년 CPP측이 영업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뒤를 봐주고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CPP측으로부터 3천만~2억원씩의 금품을 받은 정치인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두 명이 많은 6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CPP코리아 金전지사장으로부터 "사업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년 4~8월 서너차례에 걸쳐 8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월드컵 조직위원회 김용집(金容鏶) 전 사업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9일 열린 金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돈을 줬다는 金전지사장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고 추궁했으나 金씨는"CPP가 사업자로 등록한 건 2000년 8월이어서 4월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검찰 주장은 말이 안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강수.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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