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식업계 '날벼락'… 장어·잉어 등 중국산 먹거리 공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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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량 중국산 수산물로 인해 국산 수산물의 판로가 막혀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 29일 광주시 금호동 장어도매센터에서 직원들이 팔리지 않아 죽어가는 장어를 건져내 폐기 처분하고 있다. 광주=양광삼 기자

"말라카이트 그린인지 뭔지, 이름도 제대로 못 들어 본 발암물질 때문에 국내 장어 양식업자와 판매상들만 죽게 됐습니다."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에서 민물 장어(뱀장어) 도매상 판매소장인 조용수(33)씨는 요즘 하루 50㎏씩 폐사하는 장어를 보며 가슴만 치고 있다. 그는 중국산 장어 파동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매일 1t가량의 장어를 들여다 그날로 소화했다. 그러나 장어 파동 이후 재고가 급격히 늘고 있다. 조씨는 1주일에 5~6번씩 인근 양어장을 직접 돌며 구입해오던 장어 양을 크게 줄였지만, 아직 판매처를 찾지 못한 3t가량의 장어가 도매상 내 좁은 축양장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위해 물질 함유 여부를 조사 중인 수입 민물 고기로 인한 불똥은 고스란히 국내 관련 업계로 튀었다. 서울 염창동의 장어 전문 식당 '임진강 민물장어'의 양용태(40) 사장은 "21년째 장사를 하며 우리는 국산만 쓴다는 걸 아는 단골이 많은데도 최근 매출이 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이 업소의 경우 300만원 이상이던 하루 매출이 중국산 장어 파동 이후 100만원가량 줄었다는 것이다.

민물 장어 양식업자들로만 이뤄진 양만수산업협동조합의 김재형 조합장은 "나만 해도 23년간 장어 양식업을 해왔지만 말라카이트 그린이란 약을 써 본 적이 없는 것은 물론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장어는 연간 국내 소비량의 50% 이상이 7~9월 소비되는데 올해는 중국산 장어 파동으로 판매량이 70% 이상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양만수협을 통해 위탁판매되는 장어(전체 국내 생산량의 10%가량) 는 지난해 8월 약 116t에서 올해는 34t으로 70%가량 줄었다.

다른 민물고기를 파는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꾸라지.잉어.메기 등 국산 민물고기를 취급하는 경북 포항시 혜림민물의 최재국(39)씨는 "홍콩에서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언론에 알려진 뒤 손님이 끊겼다"며 "우리 가게에서 물건을 받아가는 식당 등 3~4곳이 이미 문을 닫았고 아직 문 닫지 않은 곳도 거의 개점 휴업 상태"라며 한숨 지었다. 하루 평균 2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던 최씨의 가게는 요즘 20만~30만원도 벌기 힘들다.

양만수협 측은 말라카이트 파동이 일자 해양수산부에 직접 국산 양식장 조사를 요청했다. 김 조합장은 "8일 해양부에서 '국산 장어는 안전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며 "중국 정부도 4일 단일품목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장어에 대해 잠정적으로 전면 수출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에 지금 유통되고 있는 것은 모두 국산일 텐데 소비자들이 믿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양만수협 측은 24일 조합원 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까지 구성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형편이다. 이러다간 추석을 전후해 양식업자.도매상.식당 등이 줄지어 도산하는 사태도 우려된다. 또 국산 양식업자들이 망할 경우 미꾸라지처럼 결국 중국산이 식탁을 점령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꾸라지의 경우 가격 경쟁으로 인해 국산 양식량이 급감하면서 현재 중국산이 전체 소비량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장어는 2004년 현재 국내 생산량(연간 5000t)이 수입량(중국산 3365t 포함해 총 4718t)보다 많다.

김정수 기자 <newslady@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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