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쳤지, 후회하면서 다음날 또 카지노행"

미주중앙

입력

LA인근의 주요 카지노로 고객을 데려갔다 데려오는 일을 수년간 해왔다는 택시 기사 A씨. A씨는 조심스럽게 '카지노 고객들'의 실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전할 때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기도 했다.

"카지노로 향할 때는 마치 무슨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들떠 있어요. 일확천금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처럼 상기된 표정이지요. 그런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가슴을 치며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지'를 반복해요."

그렇게 후회하며 돌아왔으면서도 다음 날 또는 며칠 후에 또 택시를 불러 카지노로 가자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택시를 불러 갈 정도라면 돈이 좀 있는 사람들 같은데 한번에 몇 천달러씩도 잃겠다고 하자, "그 정도면 다행이게요? 몇 만달러씩 잃는 적도 많아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한인 택시 기사들 중에는 카지노행 단골 고객을 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LA한인타운에서 떠나는 카지노행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지만 돈이 많은 비즈니스 업주나 얼굴이 알려지기 꺼리는 사람들은 익명성과 편익을 위해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다운타운 업계의 '중년 싱글 여사장'이 많은 것도 특징이란다.

"이런 분들을 모시다 보면 도박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소름이 끼칠 정도예요. 일할 때는 몸이 아픈데 카지노만 가면 몸이 싹 낫는다는 사람도 있고, 슬롯머신에서 땡땡땡 하면서 돈 떨어지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면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어요."

택시 기사들은 보통 고객을 카지노에 데려가서 4시간 대기했다가 돌아오는 것을 기본으로 200달러를 받는데, 시간이 늘어나면 추가 요금을 받는단다. 기사들 중에는 기다리는 시간에 카지노에 들어갔다가 그날 수입을 홀랑 기계에 털어넣고 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란다. 고객들은 열번에 여덟,아홉 번은 돈을 잃기 때문에 돌아올 때 분위기는 싸늘하고 가시방석 같단다.

수년간 카지노행 택시를 몰았다는 A씨에 따르면 '부적절한 관계'로 보이는 젊은 여성과 함께 호텔에 들어가는 중년 한인남성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고 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노인들은 버스를 타고, 돈 잘버는 사장님들은 택시를 타고 땀 흘려 번 돈을 열심히 카지노에 갖다바치고 있다. 한인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김지영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