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송은 왜] 알고 보면 억울한 김창렬의 ‘창렬스러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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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화제가 된 ‘창렬스러운’ 야식 상품. [인터넷 화면 캡처]

11일 JTBC ‘썰전’에서 ‘창렬스럽다’라는 신조어를 소개했다. 음식이 포장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인터넷ㆍSNS에 나온 관련 내용을 종합해보면 가수 김창렬을 모델로 내놓은 편의점의 야식 상품 내용물이 겉보기와 달리 너무 적어 생긴 말이다. 하지만 김창렬은 알고 보면 억울한 남자다.

해당 야식 상품의 포장지엔 닭강정ㆍ순대볶음 등이 접시에 푸짐하게 담긴 사진이 크게 인쇄돼 있다. 사진 속 음식엔 파ㆍ고추 등 채소가 적절히 섞였다. 순대ㆍ닭 등 메인 식재료도 맛깔스럽다. 그리고 무려 깨까지 뿌려져 있다. 김도 모락모락 날 것 같은 느낌이다.

반면 그 내용물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네티즌이 실제 내용물을 찍은 사진을 보면, 순대 몇 조각과 닭강정 몇 조각이 플라스틱 용기 위에서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포장지를 보고 제품을 구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용물을 보며 속았다고 생각할 게 분명할 그런 구성이다. 가격이 편의점 음식치고는 비싼 5000원인 점도 화를 부를 법하다.

그런데 포장지의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 위에서 김창렬은 안타깝게도 활짝 웃고 있다. 엄지손가락도 치켜세우고 있다. 생각해보니 김창렬은 연예계의 유명한 악동이기까지 하다. 그런 그가 소비자 입장으로 볼 땐 뭔가 표리부동한 식품 회사의 사기극 같은 상황에서 ‘따봉’을 외치며 웃고 있는 것이다.

‘속았다’는 공감대로 연대한 네티즌들은 김창렬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그의 이름을 넣은 신조어를 만들었다. 그 신조어의 어감은 그닥 나쁘지 않았고 일파만파 퍼졌다.

이 야식 상품은 ‘김창렬의 ○○○○’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하지만 실제로 김창렬이 이 식품의 기획 단계부터 관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포장 디자인을 하는데 일조했는지, 그냥 얼굴만 빌려줬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진 게 없다. 일반적인 광고 모델과 회사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김창렬이 야식 상품의 ‘창렬스러움’이 이다지 문제가 될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김창렬이 그러든가 말든가 인터넷 세상에선 그가 어느새 최고책임자가 됐다. 네티즌들이 그가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다 알지만 그저 재미로 그러는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어쨌든 그는 사진 속에서 활짝 웃었고 엄지손가락을 유독 높이 치켜세운데다 이미지가 악동이었고 이름이 묘하게 입에 착착 감긴다.

또 하나. 이 야식 상품의 ‘창렬스러움’은 꽤 오래전 일이다. 신조어라고 부르기도 좀 민망하다. 편의점에서 김창렬을 내세운 야식 상품을 내놓은 게 2009년이니까 말이다. 이후 이미 강산이 반쯤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다. 인터넷을 떠도는 사진도 대개 출시 초기의 사진들이다.

식품 내용물의 양과 포장지 디자인도 바뀌었지만 인터넷 여론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어이없고 재미있는 일이 상식적이면서 재미없는 일로 바뀌는데 관심을 가질 네티즌은 없어서일 것이다. 대신 그는 옛 사진 속에서 여전히 활짝 웃고 있고 이름이 유달리 귀에 척척 붙는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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