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6학년 때 첫 생리 70년만에 4.1세 빨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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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들이 월경(月經)을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져 초등학교 6학년 때에 초경(初經)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보건원은 고려대 안산병원 신철 교수와 함께 서울과 안산지역 여성 1천61명을 조사한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70~80대 여성은 16.8세에, 10대는 12.7세에 초경을 경험했다.

이번 조사에 응한 최고령 여성은 1920년 생, 가장 어린 사람은 1986년생으로 70여년 만에 초경 시기가 4.1세 빨라진 것이다.

연령 별로는 ▶50, 60대가 70대와 비슷한 16.8세▶40대 16.1세▶30대 15.2세▶20대가 14.5세였다. 10년에 0.67세씩 빨라졌으며 60년대 이후에 출생한 여성들부터 더 빨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조사에 응했던 여성 중 폐경 (閉經)을 경험한 2백69명을 대상으로 그 시기를 조사한 결과 50세로 나타났다. 50대나 80대 여성 사이에 차이가 없어 폐경 시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초경 연령이 빨라진 이유는 영양분, 특히 지방 섭취량이 증가하면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촉진됐고 성적인 자극을 주는 환경 요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양 상태가 좋아져 70~80대 여성의 평균 신장은 1m49㎝였으나 후 세대로 가면서 점점 커져 현재 10대 여성들은 1m61.8㎝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조사된 우리나라 여성의 초경 연령은 ▶영국과 일본 12.5세▶브라질과 중국 12.4세▶아이슬란드 13세 등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원 조인호(曺仁鎬) 생명의학부장은 "월경 기간이 길어지면 폐경 이후에 여성에게 빈발하는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 등의 발생 가능성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패스트 푸드를 비롯한 지방 섭취를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경 연령이 빨라진 점을 고려해 학교나 부모의 교육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건원은 이번 조사 내용을 지난 4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국제생리학회에서 발표했으며 영국의 권위있는 학술지인 '에널스 오브 바이올로지' 5월호에 실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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