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파괴적시위는 효과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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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크고 작은 정치시위가 단속적으로 있어왔다. 한국정치학의 82년도연례 학술발표회및 정기총회(8∼9일·연세대장기원기념관)에서 신명순교수(연세대)는 「한국정치에 있어서 정치시위의 효율성-정치시위의 주동세력·요구내용·방법·규모및 대상과 이에대한 정부의 반응」이란 논문을 발표, 1945년부터 1972년까지 27년간 한국에서 발생했던 정치시위의 특징, 정부정책에 미치는 영향, 시위의 양상등을 분석했다. 그내용을 요약해 보면-.
한국정치에 있어 정치시위의 어떤 특성이 정부에 영향을 미치며 시위의 어떤 요소들이 효율성을 높이는가의 문제와 관련, 5가지의 결론을 내릴 수있다.
첫째, 정치시위의 주동자 면에서 볼때 잘 조직되고 반정부적 경향을 갖는 집단이 반복적으로 시위를 벌일때, 정부의 강력한 억압을 받기 때문에 효율성이 낮았다.
둘째, 정치시위의 요구내용이 사회의 광범한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고 정권의기저를 위협하는 내용일때 호의적 반응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정부의 강력한 억압을 받아 효율성이 낮았다.
세째, 정치시위의 방법에서 폭력적 방법을 사용하는 시위가 질서파괴적 방법을 사용하는 시위보다 효율성이 높았으며 이것은 민주적·권위적 정권에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네째, 정치시위의 규모면에서는 시위가 발생할 당시의 정권의 성격에 따라 시위의 효율성이 달라진다. 권위적 정권아래서는 다수의 주동자가 참여하는 시위가 다수 발생할때 높은 효율성을 보이며 정부로부터의 억압도 낮은 율을 보인다.
민주적 정권 아래서는 정치시위의 기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시위가 장기적으로 계속될수록 높은 효율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장기간 계속되는 시위는 민주적·권위적 정권에 관계없이 정부로부터 강력한 억압을 받는 경향을 나타낸다.
다섯째, 정치시위의 대상면에서 볼때 민주적 정권아래서의 정치시위는 정치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시위가 정치·행정엘리트를 대상으로 하는 시위보다 더 높은 효율성을 나타낸다.
전체적으로 볼때 연구대상 기간동안의 한국정치에 있어 정치시위는 전체시위중 시위자의 주장이 완전하게 받아들여져 정책에 반영된것은 17%에 불과했으며 65%는 전혀 정부의 반옹을 얻지못하였다.
이러한 전반적 경향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정된 수의 정치시위는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매우 높은 효율성을 나타내었다.
그러면 어떤 종류의 시위가 어떤 상황아래서 목표를 극대화할수 있었는가7 정치시위의 다섯가지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때, 가장 효율성이 높은 정치시위는 다수의 대중이 시위주동자들에게만 배타적으로 관련된 요구를 내걸고 폭력적 방법으로, 공공재산을 대상으로 시위를 벌이는 경우였다.
이에반해 가장 비효율적인 정치시위는 학생들이 주동이 되어 민주주의나 인권, 또는 대외정책에 관련된 요구내용을 내걸고 국가지도자를 대상으로 질서파괴적 방법을 사용하여 장기간 시위를 계속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의 대표적인 예로는 1969년의 3선개헌반대시위, 1964년과 1965년의 한일회담반대시위, 그리고 l970년과 1971년 공화기정권의 부정부패 규탄및 교련철폐시위등을 들수있다.
위의 모든 경우에서 학생및 기타 집단들이 공화당정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장기간 시위를 계속했으나 결국 아무 성과없이 끝났었다. 이 경우의 예외적 경우는 1960년의 4·19혁명으로서 4·19혁명의 성공은 그이후 한국정치에 있어서의 정치시위의 양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시위에 대한 정부의 반응도 이를 기점으로 크게 변화했다.
4·19혁명 이후 학생들은 국민의 대변자로 또 여론의 선도자로 역할해야 한다는 의식아래 자신들을 국가이익을 수호할 유일한 세력으로 간주하여 국내적 문제가 있을 때 이의 개선, 비판, 철폐를 위해 시위를 주도하여왔다. 이 결과 학생들은 한국의 정치시위에 있어 사실상의 유일한 시위주동세력으로 등장하였으며 이러한 경향은 제3공화국에 이르러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4·19혁명은 차후 정권의 시위에 대한 반응양상에도 큰영향을 미쳤는데 민중혁명에 의해 자유당정권이 붕괴되는것에 자극을 받은 차후 정권담당자는 시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위한 조처를 강구, 일련의 시위통제법안을 제정, 통과시킴과 아울러 새로운 시위통제전략을 고안하고 이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여 차후 발생한 시위의 효율성에 큰영향을주었다.
한국정치과정에 있어 정치시위는 건국이후 계속하여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여 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장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과연 정치시위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효과적인 방법인가를 분석하는 것은 장차의 시위활동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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