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악생활 50년에 첫 민요발표회 김소희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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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반이 어렵게 생각하는 판소리를 주로 하다보니 대중들의 높은 공감을 사는 민요를 불러보고 싶었어요. 이같은 평소의 소망을 풀어보기 위해 마련한 이번 공연에서는 고조민요와 근래 새로 만들어진 신민요를 섞어 20곡 정도를 불러 보겠읍니다.』
인간문화재 김소희여사(65·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춘향가』기능보유자)가 창악생활 50여년만에 처음으로 민요발표회를 갖는다. 공연일정은 16∼20일(하오7시)까지 서울원서동 공간사랑.
『내가 지니고 있는 성대를 나 자신도 잘 모르겠어요. 며칠전 제자들을 지도하다가 소리를 좀 해봤더니 내 생각과 같지않아 혼자서 크게 실망했읍니다. 62세까지만해도 괜찮았는데 63세를 지나면서부터는 자신이 없어졌어요.』
그러나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장기인 『심지가』 중의 소상팔경이나 『춘향가』 중의 옥중가·이별가와는 또다른명창의 『육자배기』 『화초사거리』 『새타령』 등의 민요를 부르게 될 민요발표회에 기대를 갖는다.
『판소리를 배울 때 선생님(송만갑·정정렬)은 목청을 버린다고 민요를 절대 못하게 하셨어요. 판소리 목청과 민요 목청은 원래 다릅니다. 그러나 「칼쓰는 사람이 수제비 못하랴」 는 생각으로 성대를 가지고 하는거라면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욕심을 내 민요를 틈틈이 해왔어요.』
그는 판소리와 다른 민요목청의 특징을 가냘프고 곱게 멋을 부리는 것이라고 했다.
김여사의 이번 민요공연은 그의 이같은 재능과 민요에의 관심을 밖으로 널리 내 보이려는공간사랑의 끈질긴 권유에 따라 이루어진 것.
그는 민요가사도 정리, 가사집도 내놓을 계획이며 50대초에 녹음해 둔 민요전집 카세트(I·Ⅱ집 20곡수록)도 현재 성음에서 제작중이라고.
고향인 전북 고창에 국악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창기념비가 세워진 영광을 지닌 그의 남은 꿈은 자신의 판소리공부와 갖가지 경험들을 담은 자서전적 판소리책을 한권 펴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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