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강의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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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교육의 정상화는 새삼 오늘의 과제가 되고 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정부가 제시 하고있는 대학정책들의 목표 중에도 대학교육의 정상화와 학문하는 분위기 조성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정상화는 어느 의미에서 정부의 정책적 배려 등 외적 작용에 따라 이루어지기보다는 대학이 자체의 필요와 노력에 의해서 스스로 자신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이 우수한 교수들을 확보하기 위해 교수공채 제도를 도입하고 또 외부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학생지도에 능동성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뿐더러 근래 우리 대학들에서 실시되고 있는 주제중심의 교양교육은 그 의도와 성과 면에서 커다란 공감을 얻고있기 때문에 대학교육의 정상화란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서울대학을 비롯한 일부대학에서 실시하고있는 몇 개 교양과목은 종래「개론」이라는 형식적 교과목대신 오늘을 사는 인간이 당면하는 문제들을 주제로 해서 독서하고 생각하고 발표하고 토론한 뒤 이를 리포트를 통해 정리, 보고하는 형식으로 정착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학 1, 2년 학생들을 대장으로 운영되어온 교양과목들이 거의 모두 개론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해 어느 땐 고교교과 과목의 연장으로서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던 미흡을 해소, 탈피하려는 시도다.
학생들은 다양한 성격을 띤 교양교육을 통해 한 문제에 대한 견해의 상대성을 인식하는 힘을 기를 수 있고 다른 학문과 연결 적으로 사고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더 기본적으로는 대학에서의 학문방법을 체독할 수 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필요한 기본독서를 해야하며 그 독서를 통해 자신의 판단과 사고의 능력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결과를 여러 학생들과 함께 발표하고 토론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대학의 교양교육을 활성화하는데도 큰 기여를 한다.
교양교육은 산업화와 기술혁신이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선 더욱 증대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작년에 대학의 교무처장회의는 현재 42학점 선에서 이수하던 교양과목을 전체 이수학점 1백40학점의 절반수준으로 해서 전학년에 걸쳐 실시해야 한다고 문교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교양교육의 중요성은 더 말할 것이 없지만 그것을 기반으로 한 대학교육전반의 체질개선도 필요하겠다.
과거에도 교수의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는 세미나 형식의 강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 같은 주제중심 교양과목이 확대, 보급되면 대학교육 전반이 보다 활기 있어질 것이 틀림없다.
비단 학생들만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는 것만이 아니고 교수들도 비례적으로 새로운 학문동향의 파악에 정통할 필요 때문에 더욱 분발하지 않을 수 없겠다.
『공부벌레들』(페이퍼 체이스)을보고 감동했던 것의 하나는 단지 학생들만 밤잠을 잊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노 교수는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나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대학의 정상화는 물론 주변의 사회적 제 여건과도 연관되어있고 특히 정책과도 연관을 갖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도 대학이 스스로 자기를 채찍질하고 독려하면서 대학의 권위와 신뢰성을 확립하도록 노력하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대학의 자기혁신의 노력을 당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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