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 재정의 중요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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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 예결위의 83년도 예산안심의 통과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 높은 평점을 줄 수 있다.
하나는 정부가 제출한 긴축예산을 더욱 긴축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조정과정에서 발생한 부분을 모두 국채발항규모의 삭감에 충당했다는 것이다.
국회 예결위는 비록 정부 원안의 0·96%에 해당하는 1천3억원을 줄였지만, 정부의 당초 예산자체가 긴축을 기조로 했었기 때문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라고 해도 좋다.
우리의 재정 경직 도에 비추어 세출을 삭감하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세법개정으로 증수되는 1천30역원과, 세출삭감액 1천3억원을 합쳐 2천33억원을 모두 내년도 국채발항규모의 축소에 활용했다는 것도 역시 특기할 만 하다. ,
정부는 내년에 5천5백 억원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국회의 수정으로 3천4백67억원으로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국회가 건전 재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의 주의를 환기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적자재정의 악영향을 알고 그런 관점에서 예산을 심의한 것은 우리 국회도 그만큼 예산을 분석하는 안목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정부도 국회의 의견을 전폭 받아들임으로써 재정적자의 시정의사를 보였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자세라고 평가된다.
원론 상으로 보면 정부 예산은 세출을 결정하고 세입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나 그럼에도 적자요인을 배제한 균형예산을 최선으로 한다.
불황기에는 예산의 경기조절기능을 살려 적자예산을 감수하고라도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케인즈적인 이론이 유력했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세입이 불투명할 경우, 국채발행을 늘리는 적자재정을 운영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립투자의 성격이 강한 정부 부문 투자의 파급효과의 한계성 및 재정의 팽창속성을 시정하기가 어려워 일단 발생한 적자는 그대로 안고 넘어가는 관성 때문에 적자예산편성은 가능한 한 기피해야 한다는 반대론이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재정적자나 국채규모가 아직 위험수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지나치게 반론을 제기할 것은 없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그것은 단기적인 관찰에서 나오는 해석이다.
계속적인 제공 수요의 증가로 재정적자는 누정 되어가며, 따라서 국채 발행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채의 증가는 국채이자 상환을 위한 추가발행을 부득이하게 하여 재정운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재정 경직 도를 심화시키게 한다.
재정비상사태까지 선언하기에 이른 일본의 실례를 들어봐도 재정적자와 국채발행의 속성은 명백하다.
일본의 국채 발항잔액은 약90조엔으로 금년 일반예산 50조엔의 약 두배에 달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일반예산(약50조엔)에서 점하는 국채 발행액의 비율인 국채의 의존률은 78년도에 32%로, 위험 선이라는 30%선을 돌파했고 80년에는 33·5%에 까지 달하고 있다.
우리는 국회의 국채 발행 축소로 3·5%에 머물렀으나 그 동안의 총재정 수지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의 증가로 81년 말 현재 국채잔액 (특수채 포함)이 3조7천7백 억원에 달했고 83년에는 5조원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결코 낙관만 할 수 없다.
국채상환기간이 평균 3년이므로 매년 1조7천 억원 가량의 상환부담이 몰아온다는 계산이다.
우선 내년 중에 상환해야 할 국채액 만도 1조1천5백 억원으로 계상 되고 있다. 이 상환액은 지난75년의 1백41억원 보다 81배나 불어난 것이며 내년 일반회계의 10%선에 육박하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차입을 합산한 순 국가채무는 내년 말에 12조원에 이를 것이 확실하므로 부담은 한층 가중된다.
더 늦기 전에 재정적자를 적극 줄여나가 재정 인플레이션, 재정경직화를 해소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재정적자의 감축은 증세나 세출억제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
증세는 현실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여건 속에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상당기간, 재정의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번에 정부·국회가 보여준 예산조정 작업은 그런 뜻에서 시범적인 선례를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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