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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중국 해군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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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게리 러프헤드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7월 8일 취임한 직후 중국과 러시아가 중국 산둥반도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했다. 8일 동안 진행된 훈련에 중국군 8500명 등 모두 1만여 명이 참여했다. 그리 대규모 훈련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15년 전 소련이 붕괴한 뒤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훈련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소련이 건재했을 때 두 나라는 수십 년 동안 경쟁과 갈등 관계에 있었다. 그랬던 이들이 화해의 스텝을 밟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 예가 이번 공동훈련이다.

훈련의 목적은 세 가지다. 하나는 태평양 서쪽에 미국의 군사적 경쟁자가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대만이 독립을 선언할 경우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속셈도 있다. 아울러 중국은 러시아의 전함과 전투기를 구입해 왔고, 러시아는 중국에 더 많은 무기를 팔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러프헤드는 러시아의 해군보다 중국 해군에 더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 군인의 다수는 돈이 없어 빈둥거리는 편이다. 러프헤드는 태평양함대의 진주만 본부에서 기자들에게 "중국군은 확실히 능력 있고 현대화된 조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군이 그렇다"며 "그 해군이 어떤 목적으로 운영될 것인지가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해군이 존재한다면 놀랄 게 없다고 했다. 중국으로 가는 석유.원자재, 중국에서 나오는 수출품이 통과하는 동남아 중국해의 해로를 지키기 위한 해군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목적이 그렇게 순수하지 않다면 미국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러프헤드는 "중국과 러시아가 훈련에 동원한 전함과 전투기의 종류가 무엇이고, 그것들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주시해 왔다"고 말했다. 양국 군대가 명령과 통신체계를 어떻게 통합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했다. 태평양 함대는 이번 훈련의 참관자로 초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미 잠수함 2척과 정찰기 몇 대, 정찰위성 등을 통해 훈련을 면밀히 지켜봤고, 훈련 중 오간 통신도 들을 수 있었다. 따라서 훈련에 대한 각종 정보를 파악하는 데 로켓을 만들 때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러프헤드가 지휘하는 태평양함대엔 해군과 해병대 19만 명, 전함 200척, 전투기 1400대가 있다. 그는 전임자인 월터 도란 제독이 운영해온 형태를 크게 바꾸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러프헤드가 할 일은 태평양과 아시아에서 미 해군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곳에서 육군보다는 해군과 공군에 의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돌발사건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가령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면서 대만에 대한 주권을 주장할 때 미국은 (보병보다는) 전함과 전투기로 대응할 것이다.

러프헤드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해군을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태지역에서의 공동 작전 능력을 키우기 위해 동맹국 해군을 미군의 체계에 맞추는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상 국가는 일본.호주.인도는 물론 해적과 전쟁 중인 서남아시아의 작은 나라까지 포함된다고 한다.

미 해군 내부에서도 비슷한 작업이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는 두 해군이 있다. 대서양 해군과 태평양 해군이다. 그들은 따로 따로 운용돼 왔다. 그러나 이젠 달라져야 한다. 전함은 앞으로 한 함대에서 다른 함대로 이동배치될지도 모른다. 그때 아무 문제 없이 과업을 수행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대(對)잠수함 전쟁 수행 능력이 중요하다는 게 러프헤드의 생각이다. 중국이 잠수함 병력을 증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 핼로란 전 뉴욕 타임스 도쿄특파원
정리=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