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부인이 되지 말고 사장이 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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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4일부터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여성지도자네트워크 회의가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7일 폐막됐다. 지난 24일 리예푸(傅立葉) 대만 정무장관, 하 티 키에트 베트남 여성연맹위원장, 마리아 데 라 루스 실바 칠레 여성부 국장, 김성진 중소기업청장, 정명금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올해 여성지도자네트워크 회의 의장)이 만나 여성 기업인들의 애로와 각국 정부의 지원 노력에 대해 토론했다.

▶리예푸=대만은 비정부기구(NGO)나 정부의 지원이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 중 여성들이 경영하는 기업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김성진=한국의 경우 여성기업인들의 부채비율 평균은 64.3%로 일반 기업(173.7%)보다 현저히 낮다.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도 여성기업 평균은 13.1%인데 비해 일반 기업은 3.4%다. 이는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다. 여성 기업인 지원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점에 각국 정부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정명금=지난해 한국의 중소.벤처 창업자금 중 여성기업에 대한 지원은 전체 10%에도 못 미쳤다. 이런 자금의 여성기업 지원비율을 높이거나 저소득 여성가장 창업자금 같은 '마이크로 크레디트(초소액대출)' 성격의 소액대출 제도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리예푸=대만에서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지원으로 매년 4000여명의 여성 기업인이 혜택을 받고 있다. 농업부문의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키에트=베트남에도 마이크로 크레디트 프로그램이 있다. 1인당 30~40달러를 지원해주는 게 고작이지만 이 돈으로 성공한 여성 사업가들이 많다. 소액 대출 이외에도 신용대출이 어려운 여성 창업자들을 위해 여성연맹이 보증을 서준다.

▶실바=칠레의 경우 여성 창업의 90%가 소규모 기업 창업이다. 그래서 마이크로 크레디트 제도가 확산하면 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창업하는 분야는 서비스업과 상업 등이지만 최근엔 건축.농수산물.무역 등에도 여성들이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리예푸=한국의 여성기업 제품 공동구매제도가 매우 좋아보여 벤치마킹을 할 생각이다. 대만의 '자유롭고 젊은(free&young)'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여성기업 지원 제도다. '사장의 부인이 되지 말고 사장이 되자'는 것이다. 45세 이하의 여성만 지원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정명금=미국의 경우 여성기업센터가 미 전역에 6개, 주별로 15개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여성기업연구센터도 별도로 운영되고 있어 여성기업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정책개발을 하고 있다.

▶키에트=베트남 정부는 대학 장학금의 50%를 여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지원한다. 이 같은 지원 결과 과거 30%대에 그쳤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40%대까지 올라갔다. 여성들이 서로 기업경영의 애로를 나누고 서로 돕는 '여성 기업인 클럽'이 모두 64개 성 지역에 결성돼 있을 정도로 활발하다.

▶실바=칠레에는 일하는 여성과 여성기업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 지난달부터 남성에게도 3일간의 출산휴가를 의무적으로 주는 출산휴가제가 법제화됐다.

대구=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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