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총재 예비선거「나까소네」계속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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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경=신성순 특파원】일본집권자민당의 총재예비선거는 투표마감 일을 3일 앞둔 20일 낮 현재 1백4만 유권자당원 중 88만 명이 투표,85%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막바지를 달리면서 선거전은 더욱 가열,4명의 후보자들은 직접 헬리콥터·여객기·열차·자동차등을 동원, 전국을 누비는가하면 자파의원·비서군단·지구당실력자·가족·친지까지 동원, 당원 집을 방문하는 치열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유권자들은 대부분 2∼3차례 운동원들의 호별방문을 받았을 정도. 한 표를 놓고 밀고 당기는 경합전이 벌어지자 유권자들은 누구에게 찍었다는 것을 상급보스에게 확인, 충성을 보이기 위해 공개투표·대리투표·백지위임마저 서슴지 않는 진기한 타락상을 연출하고 있다.
「고오모또」(하본민부·경제기획청 장관)후보를 밀고있는 일본대 동창회 동경사무국에는 동창당원들이 찾아와 간부들이 보는 앞에서 기표한 후 투표용지를 사무국에 맡기고 돌아가는 모습이 TV화면에도 비쳤다.
「나까소네」(중증근강홍·64·행정관리청 장관) 후보운동원들은 2인1조로 당원 집을 순회하며 지켜 섰다가「나까소네」후보에게 기표하는 투표용지를 거두어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유권자들 중에는 아예 백지투표용지를 지지파국회의원사무실이나 후보사무실에 보내 파벌에 대한 충성을 표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얘기. 한 국회의원은 하루에 50여장의 백지투표용지를 받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모 후보는「투표용지 1장에 1만엔,50표를 모아오면 1백만엔,1백 표는 2백만엔」이라는 정찰제 매표공작을 펴고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표 값은 당초 1장에3천 엔에서 5천엔,1만 엔으로 종반에 이를수록 인플레현상을 보이고 있다.
각 후보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대세는「다나까」(전중각영)·「스즈끼」(영목선행)· 「나까소네」등 주류3파가 미는「나까소네」후보가 가장 우세하다는 얘기다.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극성스러운 일본매스컴들은 다투어 여론조사를 실시,4후보의 득표율을 점치고 있는데, 조일·독매·매일·산께이·동경·공동통신·시사통신등 각 신문·통신사가 실시한 조사결과는 어느 것이나「나까소네」의 압승을 예고하고 있다.
1천5백만 엔의 조사비를 들였다는 공동통신의 예를 보면「나까소네」50%,「고오모또」 24·3%,「아베」(안배진태낭·통산상)6·5%,「나까가와」(중천일낭·과학기술처장관)5· 7%.
자민당내 한 정보통은▲「나까소네」44만∼49만 표▲「고오모또」26만∼29만 표▲「아베」13만∼15만 표▲「나까가와」9만∼10만 표로「나까소네」의 우세를 예고했다.
여론조사결과가「나까소네」후보압승으로 기울자 주류파에서는 벌써 당선을 전제로 한 조각구상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유력한 경쟁자인「고오모또」후보가 본 선거진출을 포기, 후보를 사퇴하리란 추측까지 들고있다.
막상「고오모또」파에서는 지금도『여론조사는 모두 엉터리』라며 35만 표 정도로 1위는 틀림없다는 장담을 하고있다.
그러나 승리가 예상되는「나까소네」후보도 결코 행복하지만은 못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선거에 이긴다해도 자파 실력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다나까」·「스즈끼」등 자기보다 힘센 파벌의 등에 업혀 이기는 것이기 때문에 실력행사를 할 수 없으리라는 예상 때문.
일본정가에는「다나까」전 수상이「나까소네」파로부터 협력을 요청 받았을 때 『협력은 하겠다. 그러나 수상이 되더라도「나까소네」파에는 관방장관 자리밖에 줄 수 없다. 나머지 자리는 넘보지 말라』고 다짐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19일 「다나까」 파를 지지하는 모임에 출석한「다나까」전 수상은 『내년6월중·요 의원 동시선거를 실시하게 될 것』 이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수상의 대권인 국회해산문제를 자신이 결정한다는 인상을 주어 정계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현재 나돌고 있는「나까소네」내각 및 당 요직의 예상자 명단을 보면 다음과 같다.
▲당간사장 이계당진(전중파)▲총무회장 뇌호산삼남혹은 전중룡부(갈전파)▲정조회장 궁택희일(영목파)▲장상 죽하등(전중파)▲외상 안배진태낭(갈전파)▲통산상 전중륙조(영목파)▲관방장관 등파효생(중보근파) 「와따나베」(도린미지웅)장상은 당초 유임설이 유력했으나 지난 10일「다나까」파 의원을 격려하는 모임에서 경솔하게도『남의 훈도시(팬티와 같은 일본남자들의 옛날 속옷)로 총리가 되는 것은「나까소네」가 처음이다』라는 큰 실언을 한 것이 화근이 되어 조각에서 빠지리라는 얘기다.
예상대로「고오모또」 후보가 예비선거에서「나까소네」에게 패배,2위로 처지는 경우 후보를 사퇴하리란 얘기는 설득력 있는 설명이 따르고 있다.
누가 이기든 이번 선거는「다나까」-「후꾸다」싸움의 대리전쟁인 만큼 승리자도 실속이 없고 패배자에게는 상처만 남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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