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골치 거리…「시크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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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종·종교폭동이 그칠 새 없는 인도에서 최근 아시안게임을 방해하려는 시크교도 들의 난동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난4일 인도연방정부에 대해「성전」을 선포, 아시안게임을『헐벗고 굶주린 인도국민들에 대한 범죄행위』라고 규탄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들 시크교도 들은 아직 무력시위만은 삼가고있으나 돌발적인 사태발생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인도정부는 18일 밤 3백50명을 연행한데 이어 최근수일간 약l천여 명의 과격파교도들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크교도가 50%이상을 차지하고있는 인도북서부의 비옥한 농업지대 편잡주의 자치권을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8월부터 시작된 과격투쟁으로 약4만 명의 교도들이 체포됐음에도 이들의 시위는 더욱 열기를 더해 결국 인度정부는 이들의 대부분을 다시 석방해주는 유화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시크교는 15세기 펀잡주에서「구루·나낙」에 의해 창시된 힌두교·회교혼합의 개혁종파로 우상숭배와 카스트제도(인도특유의 신분제도)의 배척을 교리로 삼고 있다. 현재는 「하르찬드·싱·론고왈」이 아칼리달 당(행동 당)을 이끌면서 약1천5백만 명에 달하는 교도들을 지휘하고 있다.
머리에 두른 밝은 색의 더번과 길게 기론 수염으로 그 모습을 쉽게 특징지을 수 있는 시크교도 들은 창설이래 숱한 고난과 핍박을 받아왔다.
16세기 초 몽고의 침입을 받아 수난을 당했는가 하면 9대교주인「테그·바하두르」는 회교개종을 거부하다 살해되기도 했다.
「바하두르」의 아들「고빈드·싱」이 10대교주가 되면서 시크교는 과격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교의 존속과 교도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고빈드·싱」은 모든 교도들의 이름에 펀잡어로「사자」라는 뜻의「싱」(Singh)을 넣도록 하는 한편 머리와 수염을 깎지말것 머리를 단정히 빗을 것, 단도를 지참할 것, 짧은 팬츠를 입을 것, 쇠로 된 팔찌를 낄 것 등 5가지 계율을 지키도록 했다.
그 후 시크교는 18세기 초 펀잡주를 장악했으나 곧 이어 영국군과의 6차례에 걸친 전쟁으로 지배권을 상실하지 않으면 안되었다.47년 인도독립당시 제1차 인도-파키스탄의 전운이 펀잡주를 휩쓰는 바람에 최소한 50만 명의 교도가 목숨을 잃는 쓰라린 상처를 받았다. 이때 인도군의 약30%가 시크교도 들이었다.
시크교는 전체인구(약7억)의 약2%에 불과하면서도 현재 인도군의 약10%를 차지하고 있는 외에 2명의 각료와 시크교출신으로는 최초의「자일·싱」대통령을 정계에 세워놓는 등 그런 대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있다.
그러나 인도정부는 시크교의 자치권요구에 계속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인디라·간디」수상의 정치적 위치가 약화될 것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자치권을 요구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또 인도 밀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등 주요곡창지대인 펀잡주를 연방정부의 손에서 풀어놓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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