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화 이글스의 3번 타자 데이비스. 지금부터 내 얘기를 들려주지. 사랑하는 나의 팬들에게.
◆ 한국어 실력=두말하면 잔소리지. 한국 온 지 7년째, 내 한국어 실력도 쓸 만해. 택시를 타면 "아저씨, 그대로 직진, 좌회전, 두 번째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어때, 괜찮지?
얼마 전이었어. 경기가 끝난 뒤 더그아웃에 앉아 있었지. 하루를 되돌아 보고, 손목도 풀어줄 겸. 그런데 날 좋아하는 브리또(한화 내야수)가 다가왔어. 와서 한마디 하더군. "가자." 호~ 이것 봐라. 한국어 실력이 늘었군. 가르친 보람이 있어. 그래서 브리또에게 말했지. "알았어, 맨."
◆ 나는 스타일리스트=알고 있지? 힙합 스타일로 유니폼을 입었잖아. 모두 나의 스타일을 부러워했지. 물론 나의 헐렁헐렁한 바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튼 나는 스타일리스트. 쉬는 날엔 세탁을 하고 옷을 다리지. 바지는 물론 모자까지 반듯하게 다려. 나의 홈런, 나의 안타, 나의 멋진 수비, 나의 허슬 플레이…. 그 멋진 모습들은 나의 스타일에서 나와.
◆ 야구와 한국=69년 10월 3일생, 36살 데이비스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 두 가지는? 야구를 한 것과 한국에 온 것. 미국에 있을 때 나는 그저 그런 선수였어. 마이너의 루키 리그에서 시작해 트리플A까지 올라갔지. 하지만 더블A에서 주로 생활했어. 한국에 와서, 난 나를 찾았어. 이곳은 나의 가치를 인정해 줬어. 그거 알아? 한국에 온 첫 해 나는 30-30 클럽에 가입했지! 팀 동료들도 최고야. 은퇴한 장종훈은 나의 형제야(he's my brother). 요즘 자주 못 봐 많이 보고 싶어. 가끔 형(장종훈)에게 전화하며 그리움을 달래지.
강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