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와 환경오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충남 갑천에 나타났던10여 마리의 황새가 며칠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더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간 것일까.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좀체 보기 힘든 겨울나그네이기에 이 진용의 방문에 모두가 환호했고, 그리고 지금은 또 안타까워들 한다. 74년 낙동강하구에서 발견 된지 8년 만에,그것도 무리 지어왔기에 더욱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나 왜 날아가 버렸을까를 생각하면 금새 서글퍼진다. 이 강토가 얼마나 썩고 병들었기에 황새들마저 쉴 곳이 못될까. 황새가 우리에게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되새겨주고 떠났다면 지나친 얘기일까. 황새는 날아가면서 그랬을 것이다.
『자연보호-떠들어봐도 별수 없구나. 지식과 경험 있는 자연보호전문가도 없는 주제에…』라고.
찌든 물과 공기, 산업화에 밀려 하나씩 사라지는 안전한 장소, 남획·남벌의 성행, 농약투성이가 된데서 연약한 생명이 견디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생태개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자연은 마침내 그 위대한 힘, 자정력과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밖에 없다.
그밖에 무분별한 사람들의 접근도 문제다. 물론 보도기관을 포함해서하는 얘기다. 새들이 발붙일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여기저기 따라 다니며 불안을 조성하니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설사 갑천에 또 다른 황새가 날아와도 그럴 것이다.
현지를 다녀온 한 조류학자도 분별 없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성개탄을 한다. 새의 생태를 알고 접근해야지 않느냐는 것이다.
비둘기·제비 등 일부 길들여진 새들을 제외하고는 원래 새들은 사람을 비롯해 다른 동물의 접근을 경계하는 성질이 있다. 특히 원색의 옷차림, 이상한 휴대물들을 싫어한다.
제주도에서도 사람들이 무턱대고 쫓아다닌다면 황새는 일본 구주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
제발 더 이상 그들을 괴롭히지 말자. 그들은 그들의 세계에서 살고 싶을 것이다.
다음에 올 진객을 위해서라도 마음의 공해부터 추방해야 하겠다. <신종오 과학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