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 조풍언 511억 어떤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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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검 중수부는 25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99년 6월 대우그룹의 영국 비밀계좌(BFC)에서 4430만 달러(당시 환율로 511억원)를 인출해 재미사업가 조풍언씨가 대주주로 있던 KMC의 계좌로 입금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돈의 성격과 사용처에 대해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검찰은 일단 김 전 회장에 대해 횡령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특히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의 해체를 막기 위해 로비용으로 돈을 건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96년 6월은 대우그룹 부도설이 퍼지기 시작했던 시점인 데다, 조씨가 당시 김대중 정부 인사들과 막역한 친분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전 회장이 조씨를 통해 DJ 정부를 상대로 대우그룹 해체를 막기 위한 로비를 했는지, 이 과정에서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게 검찰 수사의 과제가 됐다.

◆ "비자금인가, 변제용인가"=검찰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99년 6월 BFC에서 인출한 4430만 달러를 자금세탁한 뒤 홍콩의 페이퍼 컴퍼니인 KMC 계좌로 입급했다. 조씨는 99년 9월 이 돈으로 시스템통합(SI) 업체인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의 71.59%인 258만 주를 주당 1만885원씩 281억원에 매입했으며, 이듬해 주식 일부를 높은 가격에 처분해 291억원을 홍콩으로 반출했다는 것이다. 25일 현재 KMC는 대우정보시스템 지분 45.3%를 소유해 최대주주다.

KMC의 지분 40%을 갖고 있는 조씨는 사실상 대우정보시스템의 최대주주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위해 KMC를 통해 돈을 숨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검 중수부는 2001년 초 대우그룹이 KMC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하고도 해외에 체류했던 김 전 회장과 조씨를 수사하지 못해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었다. 특히 당시는 DJ 정부 때였던 점을 감안할 때 검찰이 수사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 측은 조씨 측에게 넘어간 돈이 로비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조씨에게서 빌린 돈을 BFC에 넣어 두었다가 다시 변제했다'고 해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씨, 김 전 회장의 자금 관리인?"=김 전 회장이 경기고 2년 후배인 조씨에게 자금을 건넨 뒤 재산관리를 맡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예금보험공사는 2001년 11월 김 전 회장에 대한 은닉 재산을 발표하면서 "김 전 회장이 KMC 측에 건넨 돈은 재산을 숨기기 위한 용도"라고 밝혔었다.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김 전 회장은 KMC가 보유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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