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깊이보기 : IP TV 시대 오는가

외국은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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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한국이 IPTV 관할권을 놓고 정부 부처 간 싸움을 벌이는 동안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벌써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에서 한국보다 뒤진 일본조차 IPTV만큼은 우리를 앞질렀다. '방송통신융합서비스법'을 만들고 규제 기관을 일찌감치 통합했기에 가능했다.

2003년 4월 소프트뱅크가 IPTV인 'BBTV'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KDDI의 히카리플러스, NEC의 플라라 TV 등 이미 5개 사업자가 개국했다.

그러나 통신망 분야에서 독점적 사업자인 KTT는 직접 IPTV 사업에 뛰어들 수 없게 했고, 다른 방송사업에도 일정 지분 이상 투자할 수 없도록 했다. 독과점의 횡포를 막고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IPTV에 지상파방송의 재전송을 허용했다. 본격적 방송통신융합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더 적극적이다. 미디어 산업을 통해 '대영제국의 영화'를 다시 한번 꿈꾼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신문.방송.통신 미디어의 겸영을 가능케 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2003년엔 기존의 방송.통신에 대한 규제기관 5곳을 묶어 커뮤니케이션위원회(OFCOM)를 태동시켰다.

최근엔 영국의 BT가 IPTV 사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국가기관통신망 사업자가 신규 방송통신융합서비스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기존 방송사의 반발은 거의 없다. 오히려 방송 콘텐트를 팔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늘었다고 평가한다. 철저하게 '미디어 포트폴리오'를 짜 미디어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활발하긴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통신사업자인 SBC커뮤니케이션스와 이통통신사인 버라이즌이 손잡고 IPTV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같은 사업자인 벨사우스도 IPTV 시험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전화.인터넷.방송프로그램을 공동 서비스하는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에 앞서가겠다는 전략이다.

에드워드 훼이커 SBC 사장은 이 같은 서비스를 월 100달러 정도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연초에 밝히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기존의 전화, 방송사업자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특구인 홍콩 역시 뉴미디어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PTV 사업에 가장 앞서 있다. 홍콩 최대 통신사업자인 PCCW가 '나우브로드밴드'라는 이름으로 IPTV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미 35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올해 말로 50만 명을 채울 계획이다. 채널도 오디오를 포함, 67개에 달한다. 신규 콘텐트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엔 중국도 상하이.베이징 등을 중심으로 IPTV 시범 서비스에 들어 갔다.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