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골드칩의 힘' 약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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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종합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한국전력.포스코 등 이른바 '골드칩'의 주가가 급등락하면 종합주가도 덩달아 널뛰기를 했던 몇 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골드칩'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서 시장의 변동폭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과거 몇몇 대표 종목에 의존해왔던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더 도약 중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 '골드칩' 영향력 약화=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0년 말부터 올 8월 22일까지 줄곧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을 유지한 삼성전자.한국전력.포스코.현대자동차.SK텔레콤.KT(주택은행과 합병한 국민은행은 제외) 등 6개 회사의 시가총액은 2000년 말 당시 상장사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49.7%였다. 시가총액 1~3위였던 삼성전자.SK텔레콤.KT가 무려 36%를 차지했다. 이후 이들 6개사의 시가총액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 8월 22일에는 31.8%로 낮아졌다. 시가총액 1~3위인 삼성전자.한전.포스코의 비중도 23.6%에 그쳤다.

시가총액이 2000년 말 23조9000억원에서 4배 가까운 82조9000억원로 불어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5개 종목의 주가변동이 종합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5개 종목의 주가가 1% 변동했을 때 종합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은 2000년 말 1.92였다. 예컨대 이들 종목의 주가가 동시에 10%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지수가 19.2포인트 하락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의 지수 영향력은 지난해엔 1.65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포스코와 현대자동차의 강세에 힘입어 1.84로 소폭 상승했지만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주의 지수영향력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대표 우량주의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에 이들 종목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같은 비율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 증시 한 단계 도약 가능성=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대표 우량주의 비중이 줄고 있다는 것은 전체 시장은 물론 개별 종목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몇몇 업종 대표주들이 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었지만 지난해 중반 이후 그동안 소외받은 저평가 우량주들이 속속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대표 우량주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까지 우리 증시는 소수 기업의 영향력이 너무 커 언제 붕괴할 지 초초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며 "그러나 지난해 여러 업종과 종목들간의 순환매를 통해 증 전체 골고루 주목받는 건강한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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