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세컨드샷] 4개월만 복귀전서 오버파 친 우즈에겐 무슨 문제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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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벌어진 LPGA 투어 CME 투어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의 전 코치 션 폴리를 만났다. 그를 여자 대회에서 볼 줄 몰랐다. 우즈 이외에도 저스틴 로즈, 헌터 메이헌 등 정상급 남자 선수들을 가르치던 잘 나가는 선생이라 여자 대회장에는 오지 않을 줄 알았다.

폴리는 많은 갤러리 속에서도 눈에 확 들어왔다. 머리 때문이다. 기름기가 좔좔 흐르며 예리하게 가른 2:8 가르마의 복고풍 포마드 머리를 어찌 놓칠 수 있으랴. 그는 비싸게 굴지 않았다. 리디아 고를 취재하느라 기자가 바쁘지 않았다면 하루 종일 함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집안에 포크 세트가 몇 개 있는지도 말해줄 기세였다.

그는 당시 우승경쟁을 한 훌리에타 그라나다를 가르친다면서 “이번 대회 들어 페어웨이를 벗어난 것은 단 두 번 뿐이었는데 드라이버 거리를 늘리지는 못했다. 그건 개인의 점프력처럼 바꾸기 어려운 것”이라고 자랑겸 해명을 했다. 폴리는 또 “많은 여자 선수들이 나를 찾아왔는데 바빠서 가르치지 못하다가 이제 여자 선수들도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 여자 대회장에 처음 왔다”라고 했다. 타이거 우즈에게 해고된 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는 시도인 듯 했다.

2010년 우즈를 처음 가르칠 때 폴리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백스윙때 머리가 오른발쪽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는 “머리가 이동하면 적당한 회전을 방해하고 눈이 거리 계산을 새롭게 하도록 만든다. 머리 움직임이 스윙에 좋지 않은 이유는 열다섯 가지나 된다”고 했다. 우즈는 당시 “머리가 공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세상 일은 변하고 기술도 변한다”면서 머리 고정에 동참했다.

션 폴리는 ‘골핑 머신’이라는 골프 이론서의 신도다. 호머 켈리라는 사람이 1969년 쓴 책인데 신봉자들은 “가설이나 의견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골프를 다룬 스윙의 유일한 바이블”이라고 추앙한다. 맥 오그래디, 스택앤틸트를 주창한 마이크 베넷과 앤디 플러머, 션 폴리가 그 사도들이다. 골핑 머신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머리 고정이다.

반대자들은 이 책이 복잡한 인간을 기계처럼 단순화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우즈가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부상이 생긴 건 머리를 잡아 놓으면서 생긴 부자연스러움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우즈라는 천재적인 예술가를 싸구려 기계로 만들었다는 거다.

우즈가 최근 크리스 코모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교습가를 스윙 컨설턴트(이전과 달리 코치가 아니라 컨설턴트라는 표현을 썼다)로 고용한 것은 이 비난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우즈는 “주니어 시절의, 감에 기반을 둔,힘들이지 않고 파워를 내던 스윙을 다시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즈는 5일 4개월만의 복귀전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첫 티샷을 OB를 냈다. 첫 라운드 성적은 꼴찌였다. 바로 위 순위 선수와 4타 차이가 났다.

우즈는 아마 수많은 조언들에 흔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원로 프로골퍼 리 트레비노는 “우즈에게 필요한 것은 코치가 아니라 주위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소리를 잊게 해 줄 사람”이라고 했다.

성호준 기자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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