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12마리 살기도 비좁은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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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육상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넓은 지리산국립공원도 반달가슴곰이 살기에는 비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면적은 넓지만 횡단도로.등산로 등으로 공원이 조각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추진하는 곰 복원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지리산 국립공원 지도와 인터넷 자료를 바탕으로 도로와 법정 탐방로에 의한 지리산 생태계 단절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공원 전체(471㎢)는 모두 24조각(평균 19.6㎢)으로 쪼개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휴식년제나 출입금지 구역이 해제될 경우엔 31조각이 된다.

이 중 곰 한 마리가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면적인 30㎢가 넘는 지역은 세 곳뿐이었다. 지리산에는 2001년부터 반달곰이 방사되기 시작해 지금은 모두 12마리의 곰이 살고 있다.

2001년 방사됐다가 지금은 계류장에 갇힌 '반돌'은 동쪽으로는 경남 산청군 웅석봉까지, 남쪽으로는 하동군 칠성봉까지 마구 돌아다녔다. '장군'은 서쪽으로 전남 곡성군 천마산까지 진출했다. 지리산에선 휴가철.단풍철 등 많을 땐 하루에 5만 명 이상의 등산객이 몰려 곰과 사람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더욱이 곰들은 공원 구역을 넘나들면서 꿀을 훔치거나 염소를 물어 죽이는 등 농가에 피해를 주기도 했다.

국립공원시민연대 이장오 사무총장은 "곰이 많아지면 영역 다툼을 벌이게 되고 일부는 공원 밖으로 뛰쳐나가게 돼 사람들이 다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곰 복원 사업을 진행하는 환경부와 공단은 도토리 등 먹이가 풍부해 지리산에는 400마리는 서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단은 러시아 자료를 근거로 암컷 곰은 40~60㎢, 수컷 곰은 100~200㎢를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먹이만 충분하면 1~2㎢ 안에만 머무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이를 토대로 2008년까지 지리산 국립공원에 모두 30마리의 곰을 추가로 방사할 계획이다.

또 자체 번식을 통해 공원 내 곰을 모두 50마리로 늘릴 계획이다. 공단 측은 "반돌.장군의 경우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연령도 '사춘기'인 세 살 전후여서 넓은 지역을 휘젓고 돌아다녔다"고 설명했다.

공단 반달가슴곰 관리팀 김보현씨는 "연중 다섯 달은 탐방이 제한되기 때문에 곰이 탐방로를 건너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사람과 마주치는 일이 없을 수는 없기 때문에 대처 요령을 담은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자연자원과 김홍주 사무관은 "지리산 생태계 복원이 근본 목적이기 때문에 방사뿐 아니라 서식 여건 개선 작업도 병행한다"며 "생태계 단절은 생태 통로 등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이우신 교수는 "사람과 곰의 행동 영역, 도로 분포 등을 놓고 복원 계획을 종합 검토해 개선할 필요는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당장 중단해서는 안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리산생명연대 윤정준 사무처장은 "곰 방사에 앞서 먼저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 등산로 폐쇄에 따른 피해 보상 등 주민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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