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월남거주 한국혼혈남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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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방콕=연합】호지명시 (구사이공)에서 살고 있던 한국계 혼혈아2명이 월남공산화이후 처음으로 제3국의 인도적 노력에 힙 입어 아버지의 나라 한국으로 이주하게 됐다.
호지명시주재 프랑스대사관의 주선으로 한국으로 이주하는 한국혼혈아는 1968∼74년 탄손누트공군기지 PX안경점에 근무한 배태호씨 (41·경남밀양읍내일동)의 아들 영훈군 (11)과 딸 옥희양 (7) 남매.
이들남매는 월남전 당시 왕년의 대중가요가수 송민도씨가 사이공에서 경영했던 한국음식점의 웨이트리스 「람티티엔」씨 (당시 나이 23세·월남인)와 배씨사이에 태어났다.
배씨는 74년 10월 월남전 막바지에 귀국했고 그의 아내 「람티티엔」씨는 76년9월21일 초쿠안 병원에서 파상풍으로 사망했다. 고아가 된 두 자녀는 그 동안 외할아버지에게 의지해 왔다.
「람티티엔」여인은 『두 아이를 사랑하는 남편에게 갈 수 있게 해달라』는 유언을 남겼었다.
방콕주재 프랑스대사관을 통해 죽은 아내의 유언이 담긴 텔렉스와 사이공체재시절의 가족사진을 받아 쥔 배씨는 31일 에어 프랑스기편으로 지난28일 호지명시로 부터 방콕에 도착, 한국음식점 한일관에 머물고있던 두자녀를 만나 오랫동안 얼싸안고 눈물만 흘리며 말을 못했다.
두 아이는 월남어로 『아버지』만 연발하며 한국인아버지의 손을 꼭 쥐고 놓을 줄 몰랐다.
배씨와 그의 자녀들은 2일 비행기편으로 싱가포르를 출발,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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