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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방송, 두번 실패는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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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iTV(경인방송)가 뜬금없이 시청자들의 곁을 떠난 지 8개월째를 맞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유독 경인지역민들의 시청권 공백 사태에 대해 정책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고 있다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iTV가 지난해 12월 재허가 추천을 받지 못한 이유는 대주주의 의지 부족, 경영진의 부실 경영, 극심한 노사갈등 등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원인은 자생할 수 있는 기반 부재에 있었다. 인천과 경기 남부만이라는 기형적으로 협소한 권역에서 100% 자체 편성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라면 경영 능력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지 모른다.

iTV가 1997년 출범해 재허가 추천을 맞기까지의 과정은 온통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중앙의 방송을 중계하는 데 그치고 있는 다른 지역민방과 달리 자체 편성으로만 버텨왔던 iTV는 역설적으로 가장 충실한 지역민방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방송 정책 당국은 중앙 거대 방송사들의 힘의 논리에 밀려 여러 가능한 제도적 뒷받침은 외면한 채 결국 재정 능력 부족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문을 닫게 하고 말았다.

어찌 됐든 방송위원회는 이제 후속 대책을 내놓으려고 한다. 이 시점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구조적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뻔히 예상되는 방송국을 다시 한번 만들어 낸다면 이는 경인지역민의 정보 복지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이자 국가적 낭비가 될 것이다.

다시 태어날 경인방송은 반드시 경기북부까지를 권역으로 삼아야 한다. 경기북부로의 권역 확대는 타 지역민방과 같이 1도 1사 원칙에 맞으며 경영적으로도 방송 운영에 도움을 줌으로써 궁극적으로 1300여만 경기도 시청자가 양질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경인지역의 방송은 당초 취지대로 순수하게 민영방송의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일각에서 공영의 형태를 주장하고 있으나 공영이 만능은 아니다. 오히려 공적 재원이 투입될 경우, 그만큼 지역민들의 세 부담이 늘게 되고 공적 재원의 사용처가 바뀜으로써 피해를 보는 분야가 필연적으로 생기게 마련이다. 또한 최근 공영방송들이 보여준 행태를 보더라도 공영이 최선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외부의 압력을 막아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방송위원회가 원칙을 세워야 한다. 언론 보도를 보면 중앙의 방송사들이 경인지역 방송사업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방송위원회는 그 어떤 외압이나 힘의 논리에 굴복하지 말고 원칙을 세워 제대로 된 지역민영방송을 만들어 내야 할 책무가 있다.

김광옥 수원대 교수.언론정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