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성씨의 소설|유리창을 떠도는 벌 한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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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달의 소설중에는 이인성씨의 『유리창을 떠도는 벌 한마리』(현대문학)·백시종씨의 『사막일기』(한국문학)·전상국씨의 『좁은 길』(문학사상)·강석경씨의 『날궂이』등이 평론가들에 의해 주목받았다.
이인성씨의 『유리창을 떠도는 벌 한마리』는 평론가들에 의해 「새로움이 보이는」 소설로 지목되고있다.
소주집 아주머니와 그의 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어머니인 술집아주머니는 불행속에서 행복에 대한 환상을 가진 여인으로 아들이 그 어머니를 바라보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뚜렷한 줄거리가 없다. 사라진 남편을 기다리면서 가끔 바람도 피워보는 여인과 그것을 거부하는 몸짓을 해보이는 아들의 내면이 가끔 묘사될 뿐이다.
이 소설의 주제는 유리창에 감힌 한마리 벌처럼 출구없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그리면서 이속에 어떻게 이러한 삶을 이해하고 극복해야하는가를 모색하는 주인공들의 관점 그 자체라고 할수 있다. 어떻게 하면 그러한 상황에서 삶의 진실을 찾을 수 있느냐, 그들이 자기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또 3인칭으로 시작하다 1인칭으로 서서히 바꾸어가는 소설기법, 「칼빛」 「늦은봄 오후의 지겨움을 낮게 다져대던 소리」 등 분위기의 강조등도 종래의 소설과 다른 점이다.
백시종씨의 『사막일기』는 중동근로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노사문제가 그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노사문제는 최근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눈길을 끈다. 근로자개인과 거대한 조직의 일원인 관리자와의 사이의 갈등이 본격적이지는 못하지만 다루어지고있다.
전상국씨의 『좁은 길』은 진실의 은폐에 따르는 고통. 또 그것때문에 일어나는 오해가 빚는 비극등이 다루어지고있다.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만드는 분위기라든가 오해의 만발등은 우리 사회가 진실에 가까와지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강석경씨의 『날궂이』는 지압을 하는 여인의 눈에 비친 평범한 일상이다.
한 직업여성의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포착하고 그밑바닥의 고독과 피로함을 드러낸다. 소설이 꼭 큰 주제를 다루어야하는것이 아니라는것, 일상속에서도 의미를 찾을수 있다는 것을 보이려는 젊은 작가의 시도로도 보인다. <도움말주신분=김윤식·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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