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성추행 교수 사표 수리 놓고 대학원생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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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최근 대학원생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었던 공과대학 이모 교수의 사표를 수리하고 진상조사를 중단하자 학생들이 정확한 진상 규명과 대학원생 인권실태 개선을 촉구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여성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자 사표를 냈고 학교 측은 지난달 28일 인사위원회와 총장 결재를 거쳐 사표를 최종 수리했다.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4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이라며 “해당 교수는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또 “약자의 위치에 있는 대학원생을 인권 유린과 탄압으로부터 보호할 구조적 여건이 교내에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이번 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학교 측은 징계 절차를 밟기는커녕 사표를 수리해 재취업의 기회까지 보장해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사법적 절차와 별도로 학교가 인권 침해 사건을 다룰 수 있는 자체적인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인권 전문가가 상주하는 교내 인권센터를 운영해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돕고 가해자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측은 “해당 교수의 교원 신분을 빨리 박탈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사표를 수리했을 뿐 절대 교수를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양성평등센터에서 진상조사를 하기 위해 수차례 교수에게 출석 요구를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조사 결과가 나와야 징계위원회를 꾸릴 수 있는데 조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고석승 기자 go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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