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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싸움에 무슬림이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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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무슬림은 테러와의 싸움에 나서야 합니다"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대학살)는 상상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유럽 젊은이들의 가슴에 신앙이 되살아나길 빕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첫 번째 해외 나들이를 요약해 주는 세 마디다. 교황은 21일 독일 쾰른 인근 마리엔펠트에서 100만 명의 젊은이와 가톨릭 신자가 모인 가운데 열린 '세계 청년의 날' 폐막 미사를 집전하는 것을 끝으로 4일간의 독일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의 나들이는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와 비교돼 관심을 모았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말을 아끼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스타일이다. 활달하고 적극적이며 여행을 즐기는 요한 바오로 2세와 대조적이다. 따라서 요한 바오로 2세의 명성과 영향력의 원천이 된 해외 나들이는 베네딕토 16세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의 첫 해외 출장은 대성공이었다. 베네딕토 16세는 쾰른 공항에 도착해서도 요한 바오로 2세와는 달리 땅바닥에 키스하지 않았다. 대신 차분하게 제 목소리를 냈다. 교황은 이번 나들이를 통해 종교 간 대화와 유럽에서의 종교 부흥을 강조했다.

그래서 쾰른에 도착한 다음날 유대교 시나고그(회당)를 찾았다. 그 자리에서 "홀로코스트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유대교와의 화해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 자신이 히틀러 유겐트(청소년단) 출신이다. 비록 누구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음날 교황은 무슬림 지도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테러리스트는 기독교와 이슬람을 이간질하는 자들"로 규정했다. 일부 극렬 테러리스트들 때문에 기독교와 이슬람이 적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슬림 지도자들에게 "두 종교 간에 피의 역사가 있었다. 종교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잔혹 행위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십자군전쟁 등에 대한 사과의 뜻을 담은 것이다. 이어 "테러리스트들과의 싸움에 무슬림들이 나서야 한다. 젊은 무슬림들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 청년들의 가슴에 기독교 정신을 불어넣겠다는 것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종교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유명한 유럽 청년 70만 명이 20일 '세계 청년의 날'전야제에 참가했다.

오병상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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