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에 현대판 로빈슨크루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시베리아의 오지에서 현대문명과 격리된채 40년간을 살아온 현대판 「로빈슨·크루소」일가가 소련의 철광석탐사지질조사반에 의해 발견됐다고 일본의 산께이신문이 프라우다를 인용, 21일 보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칼프·루이코프」옹(83)과 그의자녀4명. 이 자녀들은 중년이 됐으나 결혼도 하지 않은채 마대와 같은 의복을 입고 감자를 주식으로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빵」이라는 말도 모를정도. 부싯돌로 불을 일으키고 나뭇가지로 등불을 삼는 생활이었다.
이들은 4년전여름 지질조사반을 태운 헬리콥터조종사가 시베리아남부의 예니세이강상류에 있는 지류인 에바강가에서 착륙지점을 찾다가 야채밭과 사람의집 비슷한 흔적을 발견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되었다.
이들이 「루이코프」옹의 집을 찾았을때 그는 두딸과 함께 살고 있었고 아들들은 6㎞ 떨어진 개천가에 따로 살고있었는데 두아들의 나이는 56세와 40세.
「루이코프」옹은 자신이 이처림 오지에 숨어살게된 이유가 종교상의 박해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는 17세기의 교회개혁에 반대하는 정교신자가 분리교도로서 박해를 받아왔는데 「루이코프」옹의 부모도 분리교도로 에바강상류에서 같은교파들과 공동생활을 하다 1923년 범죄조직의 습격을 받고 「루이코프」일가만 지금 살고있는 곳으로 피해왔다는것.
당시 「루이코프」옹의 나이는 36세었으며 처와 2명의 자녀를 데리고 있었으나 부인은 21년전 기근을 견디지 못하고 굶어죽었다고한다.
식량으로는 감자외에 무우·콩·라이보리를 재배했으며 숲을 뒤져 버섯·딸기등을 따먹는게 고작이었다.
그는 제2차대전이 일어난 것도 알지 못했으며 사람이 달에 착륙했다는 것도 믿으려하지 않았다. 【동경=신성순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