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 거센 경질 압력에 본프레레 어찌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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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프레레 감독이 17일 사우디아라비아에 0-1로 진 직후 인터뷰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땀을 닦고 있다.[뉴시스]

대한축구협회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을 포함한 대표팀 쇄신 방안에 착수했다.

축구협회는 23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 내용 분석과 함께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감독을 경질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다. 본프레레 감독은 최근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졸전과 17일 월드컵 최종예선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로 축구팬들로부터 "물러나라"는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국가대표 사령탑이 된 본프레레 감독은 그동안 24차례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 10승8무6패(34득점.20실점)의 성적을 거뒀다.

축구협회 유영철 홍보국장은 18일 "협회는 무거운 마음으로 축구팬과 언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 코칭스태프 선임을 포함해 대표팀 운영에 관해 전권을 갖고 있는 기술위원회가 대표팀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향후 대표팀 운영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조중연 협회 부회장도 "기술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우 기술부위원장을 포함한 4명의 기술위원은 월드컵 최종예선과 동아시아대회 경기 내용 분석 작업을 시작했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가삼현 대외협력국장을 따로 만나 향후 대책을 숙의했다. 협회로서는 월드컵 본선이 10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 외국인 감독이 올 경우 선수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축구협회에는 17일 밤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 이후 분노한 축구팬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축구협회 홈페이지는 접속이 폭주해 한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본프레레 감독의 거취를 놓고 실시 중인 설문에는 18일 오후 6시 현재 6만4000여 명이 참가해 73%가 '경질해야'에, 27%가 '월드컵까지 맡겨야'에 표를 던졌다.

외신도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 가능성을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본프레레가 내년 월드컵까지 감독직을 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dpa 통신도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로 본프레레 감독이 더욱 거센 퇴진 압력에 시달리게 됐다"는 기사를 올렸다.

정영재 기자

"우왕좌왕하는 선수들 보니 지도자 중요성 새삼 느껴"

본프레레 호의 졸전은 정치권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상임운영위에서 "어제 사우디전을 보고 참다 참다가 인내가 한계에 도달했다"며 "본프레레 감독은 작전도 없이 선수들만 동네축구를 하며 고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맹 의장은 "대표팀의 축구는 작전도 없고 선수들만 우왕좌왕하고 있다. 월드컵 4강 당시의 체력.조직력.패스.개인기가 다 어디 갔느냐"고도 했다. 특히 맹 의장은 "요즘 축구를 보면서 명마도 조련사를 잘못 만나면 저렇게 될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면서 "역시 지도자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본프레레 감독을 보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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