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관광 인파 사상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제주도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호텔 등 숙박업소는 거의 모두가 만원이고, 골프장.렌터카 업체 등 관광 관련 업계도 활황을 맞고 있다.

중국 등 동남아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공포가 가시지 않자 해외 여행을 포기한 관광객이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선 이 참에 '한국 관광 1번지' '허니문 1번지'라는 옛 명성을 되찾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밀려드는 관광 행렬=5월 첫 주말이자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됐던 지난 3일 제주공항은 북새통이었다.

이날 제주공항엔 도착 항공편 이용객이 3만4천9백41명으로 이전 기록(지난해 8월 1일의 2만7천6백75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날 하루 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모두 5만8천5백4명이었다. 개항 이래 가장 붐빈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 연휴 기간에 배편 이용객을 포함해 10만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3월 하순께 중국.홍콩 등지에서 발병한 사스가 급속도로 번진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4월 들어 지난해 4월보다 6% 늘어난 46만3천여명의 관광객이 몰린 데 이어 5월에도 제주 방문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인 국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4백51만명)를 훨씬 웃도는 4백80만명이 올해에 제주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황 누리는 관광업계=제주도 내 특급호텔들은 5월 말까지 객실 예약이 대부분 끝났다. 최근엔 이색 숙소를 원하는 관광객이 늘면서 펜션 등 콘도형 민박까지 방이 달리는 실정이다.

제주공항 청사에 위치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내국인 면세점은 지난 5일 7억여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 12월 문을 연 뒤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입장료 할인 조치 이후 지난해부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골프장은 예약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내 최대 골프장인 오라골프장 관계자는 "5월 말까지 사실상 예약이 끝나 좋기는 하지만 쏟아지는 부킹 민원에 시달려 전화받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렌터카 업계도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2백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D렌터카의 孫모 대표는 "4월 이후 차량 주문이 3월에 비해 두배 넘게 늘어 90%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며 "요즘만 같으면 돈 버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이번 사스 여파가 제주 경제에 가져다 줄 파급효과는 정확히 분석해 봐야겠지만 대략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관광 부흥 기회로 삼아야=사스 여파로 주어진 이번 기회를 해외에 빼앗겼던 내국인 관광객을 다시 되찾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대 송재호(宋在祜.관광정책학)교수는 "한국의 여행수지 적자가 연간 1백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외국 관광객 유치와 함께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의 발길을 제주로 돌려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관련 업계가 합심해 바가지요금 등 부조리를 몰아내고 정부는 고객 감동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원영(洪元暎)제주도 관광문화국장은 "사스 파동을 계기로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감동을 갖고 돌아갈 수 있도록 업계와 힘을 합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