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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앵글에 못 담은 인연 글로 풀었죠 40년 친구 주명덕·강운구, 그리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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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왼쪽부터 주명덕·김테레사·강운구씨. 40년 사진친구인 세 사람이 김씨의 에세이집 출판기념회에 모였다.

화가이자 사진가인 김테레사(71)씨는 사진가 주명덕(74)·강운구(72)씨를 ‘나의 오랜 친구’라고 부른다. 1960년대 숙명여대 사진동아리 ‘숙미회’에서 운명처럼 카메라에 빠져든 뒤 사진을 매개로 두 벗과 나눈 인연의 끈이 40년을 넘어선다. 흑백 사진 시대부터 디지털 사진 시대까지 이어온 그 끈끈한 우정이 꽤 생산적인 결실을 맺었다. 의사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뒤 작업한 작품들을 묶은 화집과 사진집을 출간한 데 이어 에세이집 『화가의 기쁨』을 펴내 ‘3관왕’에 오른 것이다. 두 사진친구가 절친한 사이인 출판사 열화당 대표 이기웅씨를 소개해 책 세 권이 뚝딱 나왔다.

 “하얀 캔버스에 물감을 얹듯이 그림 그리는 스타일로 글을 썼어요. 사람 얘기 쓰기가 참 어려운데 몇십 년 인연의 끈을 살살 풀어냈죠. 오래 전 제가 찍은 사진들을 곁들이니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듯 그늘이 생겨 좋네요.”

 주명덕·강운구 사진가는 사진 속에서 한창 청년이다. 그 사진에 김씨는 이런 인상 평을 붙여놓았다. “반듯한 성품에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는 그(강운구)가 내 친구라 좋다(…) 묘한 건,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여자들이 그(주명덕)를 많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아마 여성들에게 너그럽고 친근한 그의 성품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수환 추기경(1922~2009) 회고는 인간의 향기 가득했던 고인에 대한 추모로 애틋하다. 68년 4월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장 시절의 사진 속에서 김 추기경 얼굴은 그 자체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가 넘친다. 사진을 드렸더니 “내가 이렇게 미남이야?” 하며 웃으셨다는 얘기 끝에 김씨는 “감사와 사랑만큼 아름다운 메시지가 있을까요. 이 두 마디 하는 건 인색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부탁한다.

 광화문 충무공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세중(1928~86)을 회고하면서 던진 한마디는 따끔하다. “요즘 광화문광장은 넓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잔뜩 들여놓았더군요. 대표적인 것이 세종대왕 동상인데요. 이미 이순신 장군이 있는 곳에 뒤늦게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민망해요. 지금은 그때보다 풍요로운 환경이지만 사람들 마음은 더 좁아진 것 같고요.”

 김씨는 한국 화가로는 드물게 춤 그림을 많이 그렸다며 ‘댄스 화집’을 내는 것이 계획이라고 했다. 지금은 사라진 미국 뉴욕 벽화 사진집까지 더하면 그는 5관왕, 출판의 여왕이 될 듯하다.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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