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은퇴 팁] 은퇴 후 몇 억 자산보다 매달 현금 흐름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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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서명수

집을 지을 때 층수를 올리는 것은 대지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고층 아파트는 좁은 공간에 많은 가구를 수용함으로써 도시민의 거주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노후자금도 마찬가지다. 요즘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선 노후자금을 불리기가 어려워진 만큼 현금흐름이 나오는 자산의 층수를 높여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노후설계에서 국민연금은 1층, 퇴직연금은 2층, 개인연금은 3층에 해당한다. 3층 구조는 노후설계의 기본이다.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주택연금으로 4층을 만들 수 있다. 미리 목돈을 넣어두고 매달 일정한 이자를 받거나 월세 수입이 나오는 것으로 일종의 연금 형태다.

 월지급식 상품은 일본이 원조다. 1970년대말 퇴직자가 갑자기 쏟아져 나오자 일본의 금융회사들이 이들을 겨냥해 출시했다. 퇴직자가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저축금을 맡기고 용돈을 타듯이 한다고 해서 ‘용돈 펀드’로 불렸다. 우리나라엔 2010년 처음 등장했는데, 최근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타고 판매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때 공급과잉 우려가 나왔던 오피스텔이 다시 인기를 되찾고 있는 것은 임대 수입이라는 빵빵한 현금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후 준비 하면 주로 자산의 크기가 관심사였다. 돈이 얼마나 있어야 노후 생활을 편안히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10억 원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3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돈 규모보다 ‘월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한가’라는 현금흐름 중심의 얘기가 오간다. 저금리 시대에 노후생활의 질은 현금흐름의 층수를 얼마나 높이 쌓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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