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기자의 뒤적뒤적] 책한권을 읽어도 목표의식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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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무 도움도 안 되는 TV프로그램이나 신문 기사로 머리를 가득 채우는 것은 영양가 없는 음식을 몸에 집어넣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휴일, 책을 뒤적이다 이 구절을 보고 등이 서늘했습니다. 기자로서 자존심이 살짝 상했거든요.

이 책은 일전에 만난 교보문고의 간부가 "꼭 한 번 읽기를 권한다"며 소개한 것이었습니다. 언뜻 보니 일본에서 성공한 5명의 독서법을 소개한 내용이더군요. '독서권장'이란 독특한 서점운영자, 우리 나라에도 잘 알려진 시치다 영재교육법 개발자, 최근 10년간 고액 납세자 10위 안에 든 사업가 등의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목이 지나치게 타산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책읽기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스스로 행하는 것이란 평소 믿음도 작용했겠지요. 그런데 찬찬히 보니 꽤 알찼습니다. 대입 논술 붐이 일자 공연히 불안해 아이들을 책읽기며 글쓰기로 내모는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책을 읽어 성공한 이들의 체험적 독서법이니 말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르는 것은 자녀에게 인생의 큰 보물을 갖게 함과 동시에 다음 세대에 공헌하는 일'이기도 하답니다. 너무 거창하다고요?

'어떤 사람의 수입을 알려면 그 사람의 친구 열 명의 수입을 합하여 평균을 내면 된다'며 '평소에 접하는 책이나 테이프, 그리고 인물로 장래 여러분의 모습이 결정된다'는 조언은 어떻습니까. 책이란 어떤 의미에서든 성공한 사람들이 그 비결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랍니다.

억지로 자녀들에게 책읽기를 권하지 말고 부모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란 조언은 많이 접했을 겁니다. 또 집안 구석구석 눈에 잘 띄고 쉽게 손이 닿는 곳에 책을 깔아 놓는 것이 꽤 괜찮은 방법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어떨까요. 처음엔 재미있는 책을 서너 권 읽는 것으로 시작하라든지, 목표를 가지고 읽으라든지, 읽으며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라든지 등 책 읽는 방법을 자녀들에게 일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책이라도 읽어볼까"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치면 절대로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한다네요. 뒤적거리기는 효과적 독서법이 아니라는 뜻이기에 또 한 번 섬뜩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전에는 TV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입을 벌리고 웃을 수 없었다'란 구절은 건졌습니다. 이번 읽기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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