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장에서 택시에서 이색선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시장선교와 택시전도. - 최근 새롭게 등장한 한국기독교의 복음전파방법들이다. 전국시장 상인들에게 기독교 신앙심을 심어주고 택시 손님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특이한 선교활동이다. 이들 선교활동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선교주역이 일반적 통념과는 달리 목사·전도사같은 전문성직자가 아니고 평신도인 장로와 거리를 누비는 개인택시 운전기사라는것.
○ 서울 동대문시장 제우빌당311호실에 사무실겸 예배실을 두고있는목화선교회.
초교파적인 평신도중심의 모임인 이 선교회는 배명길회장(예장합동숭덕교회장로)을 정점으로 동대문시장등의 크리스천상인들인 3백여명의 회원이 한자리에 모여 정기예배(월1회)와 성서공부(주2∼3회), 기도회(수시) 등을 갖는다. 목화선교회는 안으론 회원간의 친목과 신앙의 생활화를 다져나가고 밖으론 불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열심히 전파, 기독교신앙을 갖도록한다.
선교회 이름도 동대문시장의 주종을 이루는 직물의 밀알격인 「목화」를 사용, 시장복음화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짐하고있다. 이밖에 성금을 모아 해외 파송된 한국기독교 선교사도 지윈하고있으며 선교기금도 적립, 법인설립과 함께 독자적인 해외선교사 파송도 계획중이다.
목화선교회의 모임이 처음 시작된것은 78년8월-. 동대문시장 신자상인 9명이 시장안에서모여 서로 사귀면서 알찬 신앙생활을 하자는게 모임의 목적이었다.
다음해 2월과 3월 시장선교 예배를 가진 이모임은 마침내 범시장선교회 조직을 결심하고 4월말 목화선교회를 창립했다. 동대문시장을 모태로 태동한 선교회는 평화·종합·통일·방산·신광·신폄학·수도·남대문시장등 서울시내 시장상인들이 참여, 2년여만에 3백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지금까지 거둔 가장 큰 선교성과는 돼지머리고사의 폐지와 명랑한 상거래질서 확립등을 손꼽을수있다. 또 목화선교회는 회원들의 경건한 신앙생활을 통해 거친 시장풍토의 개선에 많은 감화를 주었고 시장내 운반원(지게꾼)들을 초청, 위로겸 전도의 밤행사 개최와 함께 이들 자녀들에게 『새벗』 잡지를 정기구독시켜주고 있기도하다.
점포이전·개업등에 아무리 기독교 신자일지라도 고사를 지내온 시장풍속이 이젠 목화선교회회원들의 경우 모두 고사 대신 예배로 바뀌었다는것이다.
매월 세째 목요일 저녁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갖는 시장선교예배는 한경직·강신명목사등 원로및 중진목사들을 초빙, 설교를 듣기도하고 매월둘째 목요일의 철야기도회는 영 기도원등 교회기도원들을 빌어서한다.
교인상인은 현재 동대문·남대문시장에만도 3천여명이 있는것으로 추산된다는것l.
남대문시장과 용산청과물 시장에서는 이미 시장선교회가 태동돼 창립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부터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운전기사 정광국씨(40·서울암사동성당교우)의 개인택시안은 언제나 가톨릭신문, 어린이주보, 평화를 구하는 기도문등이 비치돼있다.
정씨는 고교진학문제로부모와 심한 말다툼끝에 집을 뛰쳐나와 거친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지난75년 귀가, 어머니의 간곡한 권유로 가톨릭에 귀의하면서 정상적인 생활로 정착할 수 있었으며, 80년 성지순례단에 끼어 국내의 가톨릭성지를 둘러보면서 크게 감명한 나머지 적극적인 선교에까지 나서게 됐다.
직업상 많은 사람을 대하는 잇점을 살려 거리를 누비는 전교사로 나선 정씨는 승객 모두를 전도대상으로해 나름대로의 「신앙상담」도 해주고 모신 손님이 목적지에서 내릴때면 빠짐없이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빌며…안녕히 가십시오』라는 인사를 한다.
승객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택시를 세워놓고 승객과 신앙대화를 나누기도하는 정기사의 택시전교는 우선 흔히 냉랭하기만한 승객과 운전사간의 택시안 분위기를 지양하고 서로 부드러운 대화를 나눌수있다는것-.
직업별 전문인교회, 직장예배등에 이어 새롭게 개발, 정착화되곤있는 시장선교와 택시전교등은 최근 고조되고 있는 평신도 의식이 구체화된 생활현장속의 훌륭한 기독교 신앙으로 크게 각광을 받을것 같다. <이은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