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좁아진 「대학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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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3학년도 대학입학인원 증원을 5천3백56명으로 묶기까지 문교부는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항공대등 10개대학을 제외한 87개대학이 6만5천여명 증원을 신청해왔으나 56개대에 그 10%에도 못미치는 숫자만을 승인한 것이다.
재수생 해소를 당면과제로 삼아온 문교부가 이처럼 증원폭을 유례없이 좁힌것은 81학년도부터 시각된 졸업정원제 이후 정원을 동결하더라도 해마다 졸업자의 50%이상 늘어나는 입학인원을 수용할 교수확보나 시설확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교부로서는 재수생흡수를 통한 사회문제해결도 중요하지만 여건미비에 따른 대학교육의 부실화를 덮어둘수는 없다는 점에 더 비중을 둔것같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사립대에 8백억원의 융자를 하고 국·공립대 등록금을 파격적으로 올렸지만 시설난은 여전하고 심지어 강의실이 모자라는 대학이 많은 실정이다. 교수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늘어난 정원만으로도 대학생수는 내년이면 59만6천명에서 70만9천여명으로 불어난다. 현재의 교수대 학생비 1대25를 유지하기 위해서만도 4천여명의 교수 신규채용이 불가피하다. 전문대·교육대까지 합치면 내년 교수수요는 5천명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만한 수의 질적으로 보장된 교수확보는 현실적으로 쉽지않다. 영·미등 선진국의 교수대 학생비는 1대10이하인 점에 비추어 대학교육내용의 조악성이 심각한 상태임을 짐작할수있다.
이에따라 83학년도 4년제대학 입학경쟁률은 올해의 3·2대l보다 높은 3·5대1정도가 될것같다. 입학인원은 올해의 2·7%증원에 그쳤으나 지원자(체력검사지원기준)는 15·5%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내소재대학 입학경쟁은 올해보다 더옥 치열하게됐다. 입학인원이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입학인원의 자연대 인문비를 올해의 4·3대5·7에서 4·5대5·5로 조정, 자연졔의 비중을 높인것은 과학기술개발을 강조하는 정부의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서구선진대학의 자연대 인문구성비 3대7보다 자연계의 비중이 훨씬 높은것으로 문교부는 이같은 구성비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따라서 인문계학과 응시자는 상대적으로 자연계보다 치열한 경쟁을 치르게 됐다.
이번 조정에서 또하나의 특색은 증원을 사학에 치중, 대학교육의 사학의존도를 더욱 높인 점이다. 사립대 입학인원구성비는 올해 전체입학인원의 72·8%에서 83학년도에는 73·1%로 늘었다. 사학에 대한 지원대책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처럼 학생만 늘려갈 경우 이또한 대학교육 부실화의 요인이 될 우려도 없지않다. 대부분의 사학재단이 수익용 기본재산없이학생등록금에 의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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