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미인' 이원규(1960~)
그믐께마다
밤 마실 나가더니
저 년,
애 밴 년
무서리 이부자리에
초경의 단풍잎만 지더니
차마 지아비도 밝힐 수 없는
저 년,
저 만삭의 보름달
당산나무 아래
우우우 피가 도는
돌벅수 하나
초승달이 점차 배가 불러 만월이 되기까지의 시간적 추이를 여인의 임신 과정에 빗대어 노래하고 있는 위 시편은 등줄기를 적시는 찬물처럼 서늘한 기운을 불어온다. 보름달 뜨면 늑대가 벼랑 위에서 운다. 그렇다면 달은 지아비 늑대의 씨를 밴 것인가. 아니면 당산나무 아래 피가 도는 돌벅수(장승)의 씨를 밴 것인가. 우리는 모두 우주의 사생아인지도 모른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이재무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