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배구, 「뒷걸음질」을 입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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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여자배구가 제9회세계여자선수권대회(리마)에서 국제대회출전사상 최악인 7위로 떨어졌다.
일본이 페루에 고의적으로 져주어 4강에서 탈락했다고 분해하면 한국여자배구가 고작 7위에 머문것은 오히려 솔직한 전력의 현주소인지 모른다.
지난62년 제4회아시안게임(당시 2위)때 6인제 배구에 처음 출전한이후 70년중반 전성기를 누리던 한국여자배구가 지난78년 세계선수권대회 4위를 고비로 이제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음을 여실히 입증해준 셈이다.
이같은 최악의 성적은 세계수준의 상대적인 향상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팁전럭의 약화에 있다.
현대표팀이 지난3월 신진으로 대폭교체된 이래 처음갖는 세계선수권대회였기때문에 제대로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노장들을 이을 뚜렷한 신인육성이 없었다는데에 원인이 있다고 볼수있다.
특히 신장의 열세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각팀의 기술이 거의 평준화, 종래 신장이 작은 일본·한국의 전유물이었던 속공플레이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에 대비한 철저한 수비력이라도 키워야했다.
또 한국은 경험부족으로 기복이 심한 경기가 속출했는데 전반적으로 서브와 블로킹수비가 특히 미숙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공격형세터가 없었다는 것도 전력약화의 큰요인이었다. 종래 수비위주의 세터로는 세계정상권에 오를수가 없으며, 이점에서 한국 역시 대형세터의 발굴육성에도 눈을 떠야할 것으로 드러났다.
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대회때만해도 한국에 눌렸던 중공은 이번에 세계대회 첫우승이라는 경이의 성장을 보였으나 배구불모국이었던 미국도 3위에 입상, 앞으로 미국배구의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페루의 준우승을 일본의 고의적인 패배로 보는것도 석연치않다.
한국은 중남미배구의 성장, 즉 페루와 브라질의 정열적인 육성을 안일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대스포츠에서 필수적있인 정보에서 뒤졌던 결과가 성적으로 나타난 것이라 할수 있다.
한국은 장래성있는 신진으로 팀을 구성해놓고 전지훈련이나 장신에 대비한 파워배구롤 전혀 외면하고 선수가 부족하다는 당위성만을 인정해 왔었다. 그러나 끊임없는 국제대회의 성적은 이같은 안주를 용서하지 못하고있다.
지금부터라도 선수부족만을 탓하기보다 강력한 팀웍의 바탕을 이룰 투자와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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