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쓰고도 냉가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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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농아소비자들의 고발『산지 얼마 안되는 흑백TV가 화면이 잘 나오지 않아요. 다시 갖다주려해도 말이 통하지 않고 핀잔만 받을까봐 그냥가지고 있었어요. 아버지와 함께 온 국민교 1년생인 농아가 아버지 대신 수화로 고발한다. 고발이라기 보다「소리없는 절규」라 함이 더 정확한 표현일것 같이 여겨지는 그런 모습이다.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정광모)은 19일 농아복지회관에 임시이동소비자고발센터를 마련, 이들로부터 소비자고발을 받았다.
이날 하룻동안 접수된 총 고발건수는 79건. 단일품목으로는 화장지가 가장 많은 15건을 기록했으며, 시계가 13건, 각종 가전제품이 49건, 자봉틀이 2건을 차지했다.
화장지 고말중에는 화장지판매로 생계를 꾸려가는 농아들을 상대로 물품계약을 맺은 화장지업체가 일반 가게보다 질이 떨어진 것만을 공급해줘 소비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고있다고 하소연하는 농아들도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농아들도 많았는데, 시장상인중 일반인보다 농아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이들이 영수증을 요구해도 무시하거나 오히려 핀잔을 줘 「냉가슴」을 앓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고발접수를 맡아본 이연맹 강난숙총무는『처음부터 하자가 있는 것을 구입했지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고발하면 따돌림을 받거나 매를 맞는등 보복이 뒤따를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놀랐다』고 말했다.
이 연맹은 앞으로 농아복지회관에 고발센터를 상설하고 주1∼2회씩 처리하기로 했으며 10월부터는 사업을 확대, 맹아나 지체부자유아들의 소비자고발도 받을 계획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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