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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이 역사적 의미를 갖는 총회를 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장. 세계최대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나이미(79) 석유장관이 회의장에서 나와 결과를 설명했다. "석유 소비자도 행복하고 생산자도 행복하다.” 당시는 두바이산 원유가 배럴당 11달러에 거래되던 때였다.

하지만 반년도 지나지 않아 상황이 돌변했다. 알-나이미 장관의 행복감(Euphoria)이 자취를 감췄다. 국제 유가가 뚝 떨어져서다. 26일 두바이산 원유가 배럴당 76달러 선에서 사고 팔렸다. 6월에 비해 31.5% 추락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당연히 OPEC 회원국뿐 아니라 러시아 등 다른 산유국도 아우성을 칠 수밖에 없다. 석유를 팔아 나라 살림을 꾸려왔는데 가격이 적정 가격 이하로 곤두박질해서다. 그래서 생산량 줄이기가 절실한 과제가 됐다.

27일(현지시간) 오후 알-나이미 장관은 다시 빈 OPEC 총회에 참석한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은 일제히 “OPEC 이 역사적 의미를 갖는 총회를 연다”고 묘사했다. 회원국이 원유 생산량을 어느 정도 줄이느냐에 따라 앞으로 몇 년간 유가 흐름이 결정될 수 있어서다. OPEC는 1960년 설립 이후 두 차례 석유파동을 일으킬 만큼 막강했다.

현재 전세계 원유 공급량 중에서 OPEC 회원국이 공급하는 비중은 약 40% 수준이다. OPEC이 사실상 카르텔을 구성해 세계 원유시장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출범 54년 만인 올해 카르텔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날 참이다. 미 경제웹진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6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미국처럼 원가 경쟁력이 높은 나라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원유 시장이 '카르텔 구조'에서 일반 재화 시장과 닮은 '원가 경쟁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외신들이 전하는 이번 회의 시나리오는 3가지다.

첫 번째는 ‘알맹이 없는 단결’이다. 정작 필요한 감산 합의는 없는 경우다. 로이터는 “감산 합의가 안 되면 국제 유가가 70달러 이하로 곤두박질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소극적 감산’이다. 회원국들이 ‘현재 OPEC 전체 하루 생산한도(쿼터)인 3000만 배럴을 엄격히 지킨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쿼터 자체를 줄이지 못하는 경우다. 다만 회원국들이 스스로 약속을 어기며 과잉 생산하고 있는 하루 100여만 배럴은 줄어든다. 블룸버그는 “쿼터 준수만으론 유가 하락을 막기는 어렵지만 유가가 빠르게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생산쿼터를 하루 2750만 배럴까지 250만 배럴 정도 줄이는 것이다. CNBC는 “OPEC뿐 아니라 산유국들엔 아주 이상적인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OPEC이 대규모 감산에 합의한다고 해도 기름값 하락 흐름이 끝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때문이다. 로이터는 최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OPEC이 감산하면 배럴당 생산원가가 40달러 이하인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가 세계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 있다”고 내다봤다. 공화당이 올 중간 선거에서 상하원을 장악해 최대 후원세력인 에너지 기업들의 숙원(에너지 수출)을 풀어줄 태세다. 미국 정부는 에너지정책보호법에 따라 원유를 전략자원으로 분류해 39년 동안 수출을 금지했다. 다만 올 6월 증류를 거친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에 대해서는 미국 기업 2곳에 수출을 허가했다.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콘덴세이트가 넘쳐나자 미국 정부가 사실상 일부 수출을 허용해준 셈이다. 미국의 에너지 수출은 OPEC 회원국에 비극이 될 수 있다. 이미 회원국 12개국 가운데 현재 유가(76달러)에서 올해 재정적자를 보지 않을 곳은 카타르와 UAE, 쿠웨이트뿐이다.

OPEC이 27일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는 알-나이미의 의중에 달려 있다. 26일 블룸버그는 알-나이미는 "원유시장이 스스로 안정될 것"이라며 "사우디와 미국 등 산유국이 감산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감산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세계의 눈이 OPEC의 역사적 회의가 열리는 빈으로 향하고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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